“‘레드블러드’는 내 인생의 결정판”


13일부터 사흘간 비공개 테스트… ‘나’아닌 ‘우리’ 프로젝트 추진에 큰 보람

 

김찬준 고릴라바나나 대표에게 ‘레드블러드’는 특별하다. 햇수로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정과 젊음을 바쳤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레드블러드’는 마치 자식처럼 애지중지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첫 비공개테스트(CBT)를 실시한다. 그는 첫 테스트를 앞둔 소감에 대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듯 “감개무량하다”고 짧게 말했다.

 

“‘레드블러드’는 동명의 원작 만화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스토리에 짜임새가 있습니다. 유저들의 감정이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나리오가 부실하다면 유저들이 게임 플레이 중에 생뚱맞은 느낌을 받기 쉽기 때문이지요.” 
김찬준 대표는 “원작의 인기가 증명 되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저들로부터 증명된 콘텐츠라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고릴라바나나가 개발한 ‘레드블러드’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90년대 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동명의 만화 ‘레드블러드’를 MMORPG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자 김태형 AD가 10년에 걸쳐 구상해 온 세계관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원작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게임개발자협회 초대 회장 출신인 정무식 PD가 작품 개발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동서양 팬터지를 혼합


정통 MMORPG ‘레드블러드’는 동양식 무협과 서양식 팬터지가 혼합된 새로운 형태를 띄고 있다.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작품 속에는 SF와 과거, 미래가 혼재돼 있고 복장도 원시대적인 것과 미래적인 것이 섞여 있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게임브리오 엔진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음악은 ‘엘더스크롤4:오블리비언’ ‘길드워’ 등의 음악을 작곡한 거장 제레미 소울이 감독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첫인상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그래픽과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번 1차 CBT에서는 멀티타깃팅, 몰이사냥, 콤보 시스템, 체력 보충 시스템 등 게임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전투의 재미를 중점적으로 테스트할 예정이다. 멀티타깃팅은 ‘레드블러드’에서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다. 그는 “엄밀히 말하면 논타깃팅 안에 멀티타깃팅이 속해있다”며 “논타깃팅은 때리고 피하면서 전투 자체에 긴장감이 있는 반면 멀티타깃팅은 다수의 몬스터를 공격할 때의 호쾌함을 유저에게 선사한다”고 말했다.

논타깃팅의 대표격인 ‘테라’를 예로 들면 유저는 공격과 방어를 함께 할 수 있다. 방어나 회피를 하지 않으면 체력이 닳게 된다. 즉, 논타깃팅은 전투 자체에 긴장감이 서려 있다. 유저는 공격을 통해 몬스터의 게이지가 닳을 때 쾌감을 느끼고 방어나 회피를 통해 유저의 게이지가 그대로 유지될 때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고릴라바나나 개발진은 몬스터로부터 공격받아 유저의 게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게임에 대한 스트레스로 여겼다.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약을 먹으면 쉽게 체력이 회복되도록 만들었다. 대신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의 호쾌함에 초점을 맞췄다. 한번 휘둘렀을 때 주변 몬스터들의 게이지가 줄어들 때의 쾌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따라서 물약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쾌감이 증가한다.

 

 

# 이상 보다 현실을 선택


이 작품은 개발 초기에는 MORPG로 시작했다가 MMORPG로 바뀌었다. 그는 “MORPG로 개발할 당시 큰 도전이었다면 MMORPG인 현재의 ‘레드블러드’는 현실과 조화를 선택한 결과”라고 평했다.


개발 초기에는 참신하고 특이한 작품을 만들려고 했지만 개발진들이 MMORPG 경험이 많았고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장르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이 성공하려면 참신하고 기발해야 하지만 위험성도 내포돼 있다고 언급했다. 유저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공감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유저들의 성향에 맞는 공감할 거리를 찾아 작품 내에 장치해야 한다”며 “작품을 개발할 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핵심 요소들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어렵게 성장해서 성공하는 스토리나 복수의 칼을 갈아서 결국 응징하는 스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작품 개발할 때 유저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안정감 있는 밸런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저 입장에서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외에 노력한 시간과 소비된 돈을 보상할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력에 비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보잘 것 없는 등 불공평하다면 게임 몰입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 ‘레드블러드’가 웹이나 스마트 디바이스 등과 연동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캐릭터의 상황을 확인하는 상황판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 간단한 게임을 통해 온라인에 접속 못하는 유저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작품이 항상 유저 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작품에 대한 열정이 원동력


그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그 결과 게임 전문기자로 활동하게 됐고 이후 게임스팟코리아의 창업 멤버로 게임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게임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합니다. 게임업계에 몸 담고 개발을 하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겠죠.”


그는 지난 2006년 회사를 설립한 후 그해 말부터 ‘레드블러드’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이 모든 것이 게임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됐다.


그는 열정과 노력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고릴라바나나의 핵심 개발자 중 10여 명은 공동 창업을 한 회사의 오너이면서 공동주주다. 따라서 오너십이 강하다고 자부한다. 주식이 주는 배분, 숫자로 평가되는 오너십이 아니란 얘기다. 6년 동안 함께 젊음을 바쳤고 노력했다. 그는 ‘나’의 프로젝트가 아닌 ‘우리’의 프로젝트에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


그는 열심히 일한 분들이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열을 바치고 그 안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회사를 꿈꾼다.
김 대표는 신생퍼블리셔인 빅스푼코퍼레이션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했다. 그는 “박재우 빅스푼코퍼레이션 대표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며 “‘레드블러드’에 대해 큰 열정과 높은 신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곧 실시될 CBT에 집중하고 지스타에도 참가할 예정”이라며 “유저들이 간단하게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사진=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프로필


-현 고릴라바나나의 CEO
-타임워너와의 합동 프로젝트 퓨전 폴 총괄
-그리곤엔터테인먼트 COO(최고운영 책임자) 및 CMO(최고마케팅 경영자)
-게임스팟코리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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