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때부터 정치의식이 강했던 언론인 A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은원(恩怨)관계를 가끔 언급한다. 그는 10월 유신과 긴급조치에 분노해 반정부시위에 가담했다가 학교에서 쫓겨났으며 군에 입대해야 했다.


군에서 제대한 후 대학졸업장이 없어 취직을 못하고 몇 달간 낭인(浪人)생활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이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공공단체, 경제기관 등의 직원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일절 철폐한다는 것. A씨는 한 경제단체의 직원 공채를 통과해 이 조치의 직접적 수혜자가 되었고 그 뒤 언론인으로 변신했다.


A씨 얘기를 떠올리면서 그 호소력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은 것은 학력 제한 철폐 문제였다. 특히 요즘처럼 대학 진학률이 85%이상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대학을 가지 못했거나 그 미만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대부분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게임 업체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의 문을 열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 게임 업계 빅5에 꼽히는 회사들이 이미 채용 공고를 냈거나 낼 예정이다. 창사 이후 첫 신입 직원 공채를 실시하는 드래곤플라이를 비롯해 여러 중견 업체들도 채용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게임 업체들의 공채 공고를 살펴보니 학력을 따지지 않는 회사가 여럿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엔씨소프트처럼 학력 제한 없음을 명시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넥슨처럼 ‘대졸’ 혹은 ‘졸업예정’을 못 박은 경우도 있었다. 아직까지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인재를 수혈한다는 엠게임 권이형사장은 “학력 없는 인재들이 많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체득해서 학력을 따지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고 잘 만들어진 관행이다.


‘대졸’을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조차도 원서를 낼 수 없었을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초년 시절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 휴렛패커드와 아타리로부터 입사를 거부당했다. 학력만 따지면 ‘국졸’의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씨나 대학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씨도 대기업 입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처럼 상고를 졸업한 경우도 이름 있는 기업에는 입사지원서조차 쓰지 못했을 것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게임 업체의 특성을 더 잘 살리고자 한다면 학력 철폐는 물론이고 괴짜와 실패자들을 더 세심히 살펴보기를 권유한다. 창의력, 창발성, 독특함은 ‘평범’이 아니라 ‘괴짜 정신’에서 나온다. 1093개의 특허를 받은 에디슨은 초등학교 시절 교사가 “너는 너무 바보 같아서 가르칠 수가 없다”고 한탄했던 괴짜였다. 아인슈타인도 어린 시절 교사로부터 “너는 절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롱을 받던 별난 아이였다. 회사 입구에 아예 ‘괴짜를 환영한다’고 써 붙인 인텔은 또 어떤가.


실패자들이 대성공으로 반전한 경우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지만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평생 성공한 슛보다 실패한 게 더 많다”는 말이 웅변해준다. 국민배우 최불암은 20대 때 노인 역을 제의받고 절망했으나 혼신의 힘을 다해 대가가 되었다. 현 탤런트협회장 김성한은 20년 가까이 주로 내시 등 조연만을 했으나 꾹 참고 정진한 끝에 큰 연기자로 우뚝 섰다.


게임업계가 어려운 경영환경에 있음을 안다. 그러나 게임회사들은 이미 청소년들에게 ‘꿈을 파는 회사’가 되어있다. 멋진 괴짜들, 학력 부족한 인재들을 부지런히 찾아내어 그들의 꿈을 사는 일은 게임업체들의 특권이라고 하겠다.  꿈, 끼, 깡, 꼴, 꾼 등 청소년들이 갖추기를 바라는 ‘ㄲ’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있다. 채용의 계절, 젊은이들에게 더 크고 멋진 꿈과 희망과 비전을 주는 게임회사들이 많아지기를!  

 

[김기만 우석대ㆍ군산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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