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길림성에서 개최되는 중국 길림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포럼에 발표차 다녀왔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출장은 몇 번의 경험이 있지만, 중국 길림성의 장춘은 처음이여서 다소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다. 장춘시는 나의 예상보다 규모가 크고, 인구도 많고, 비교적 깨끗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것은 영어가 잘 안통하고, 신용카드가 안 되고, 인터넷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위 포럼은 중국인민공화국문화부,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길림성인민정부, 장춘시인민정부에서 공동으로 주최하고,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동아시아 지역 20개 국가에서 150여명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런 행사는 국내에도 있고, 해외에서도 늘 있는 것이니 새롭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행사를 주관하는 중국 길림 애니메이션 대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학교였는데, 중국 문화콘텐츠 인력을 양성하는 대형 교육기관으로 학생 수가 무려 8000명에 달하고, 전담 교수는 400여 명이 넘고, 외국인 교수와 객원교수가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대학은 2000년에 설립된 중국의 사립대학교로 5개의 단과 대학이 있다. 만화ㆍ애니메이션 대학, 게임 대학, 디자인 대학, 미디어 대학, 광고 대학으로 주로 문화 콘텐츠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배출되는 학생들이 벌써부터 게임 기업에 진출하여 중국 전역에 서비스되는 게임이 있다 하고, 학교가 직업 운영하는 직원 100여명 규모의 게임 기업이 베이징, 상해에도 있다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들의 대대적인 인력양성 정책은 한국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과 미국은 워낙 영토도 넓고, 무언가 정책을 시작했다 하면 항상 대규모이니, 놀랄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해 준비하는 지도자의 관심이다. 이 학교는 이미 원자바오 총리가 다녀가고, 문화부 장관 등 수많은 정치경제계 인사들이 다녀가면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게임 인력양성과 비교해보자. 한국은 1999년부터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게임 관련학과가 설치되어 2010년 기준 65개의 교육기관이 있다. 그러나 40%는 전문대학이고, 4년제 대학은 30.8%에 지나지 않으며, 입학정원 또한 30~50명 수준이다. 또한 이중에서 원격대학, 고등학교, 전문학교의 비중이 18.4%에 이른다.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고급 인력이 많이 요구되고 있지만, 고급 인력을 양성해낼 수 있는 석박사 과정은 10.8%로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지도자들의 관심은 어떠한가?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차치하더라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아카데미에 방문하여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준 적이 얼마나 있는가? 방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문은 지도자들의 관심이고, 모든 정책은 그러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자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했던 한국의 온라인 게임시장은 이미 중국에게 선두를 내주고 말았고, 한국과의 기술 수준도 크게 차이나지 않게 되었다. 중국은 판호를 이용하여 한국 온라인 게임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를 인수합병 하는가 하면, 한국 시장에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연 한국이 이래도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부터라도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인재의 양성이며, 그 중에서도 고급인재의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 지도자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보다 전문적인 인재양성을 하기 위해 보다 많은 교수 인력의 확보, 교재 개발, 커리큘럼 개발, 보다 적극적인 산학협력이 요구된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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