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없이 ‘인간관계’ 통해 입단결정… 협의회 중심 ‘스카우트규정’ 마련 시급

 

‘스타크래프트2’(스타2) 게임단 간에 선수 빼가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TSL의 이운재 감독은 팀의 테란 에이스인 이호준을 지난 7월 21일 방출했다. 말이 방출이지 사실상 이호준이 팀을 떠난 것이다. 


이호준이 팀을 떠나게 된 과정은 이렇다. 미국 EG에서 NASL 시즌1에서 장민철을 꺾고 우승한 이호준을 높이 평가했고 이에 입단을 제의했다. 이호준이 이에 응하며 TSL과 결별하게 됐다.


이운재 감독은 “솔직히 굉장히 불쾌하다. 마치 잘 키운 선수를 해외에 그냥 빼앗긴 느낌”이라고 말한 뒤 “팀을 떠나겠다는 선수를 말릴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해외에서 한국의 우수한 선수를 빼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17일 제넥스 최종환이 임요환이 속해 있는 슬레이어즈로 팀을 옮긴 것이다.


김가연 구단주는 이에 대해 김대기 구단주와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이적하게 됐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지만, 곧 김대기 구단주는 “원만한 합의는 없었다. 슬레이어즈가 선수를 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스타2’ 게임단 간의 선수 빼가기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팀과 다르게 아직 비스폰서팀으로 활약하는 ‘스타2’ 게임단에는 선수가 팀과의 계약서가 없고 주로 감독과 선수와의 의리로 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2' 게임단 대부분은 팀에 입단을 원하는 경우, 실력 테스트와 면접을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별다른 절차없이 입단이 가능하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이 기업의 후원을 받기 전 모습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절차로 팀에 입단하게 되면 소속 선수이기는 하지만 의리와 친분외에는 어떠한 계약도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선수가 특정 팀으로 이적 요구를 받으면 아무런 절차없이 팀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이운재 감독과 김대기 구단주처럼 선수를 잃고 “괜히 헛 공을 들였다”는 푸념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스타2’ 게임단에 마땅한 계약서를 쓸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나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TSL 이운재 감독은 “이번 사건을 겪고 난 후 팀과 선수간의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언제든 전례의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증된 스타급 선수들은 언제든 경쟁 팀의 스카웃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호준처럼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는 팀의 에이스나 잠재력이 보이는 선수를 원하는 팀은 배틀넷이나 사석에서 얼마든지 선수들을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2’ 선수들이 대부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매우 어려서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곰TV와 ‘스타2협의회’는 ‘선수 빼가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선 ‘스타2’ 게임단 관계자들은 “원종욱 감독의 사퇴로 공석인 협의회장을 시급히 선출하고 선수 계약 관련 규정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스타2협의회’가 비록 정식 단체는 아니지만 ‘스타2’와 관련된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기구임에는 분명하다. 임원 감독들은 자신의 팀 운영에만 힘을 쓰지 말고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게임스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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