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도 재밌는 작품이면 성공”


첫 스마트폰용 ‘베드래빗에 애착… 모바일ㆍSNG기반 통해 세계 진출

 

 20여년 전만해도 용산 등 전자상가가 밀집된 지역에는 게임기와 게임소프트웨어를 사려는 어린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신현준 위즈덤스튜디오의 대표도 그 많은 게임 키즈 중 한명이었다.


그는 당시 출시된 게임기를 모두 모았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다고 한다. 이처럼 각별했던 게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현재의 그를 게임회사의 대표로 만들었다.    

    

 위즈덤스튜디오는 지난 2009년 4월에 설립된 신생업체다. 지금까지 피처폰 등 10여개의 모바일 게임을 내놓으며 차곡차곡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신현준 대표는 모바일 게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게임을 만드는데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플랫폼이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모바일게임은 이러한 실험정신을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게임광에서 개발사 대표로


 그는 어릴 적 못 말리는 게임광이었다고 한다. 초등학교시절 없는 게임기가 없었고 방학만 되면 용산 전자상가 등 서울 인근의 게임상가에서 게임 속에 파묻혀 살았다. “어린 시절 게임은 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나 학원에 있을 때나 온통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죠. 하하.” 


 그렇게 게임을 좋아했던 신 대표지만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공부에 전념했다고 한다. 마냥 게임만해서는 먹고살 수 없을 거란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임을 잠시 접어두었던 그에게 게임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킨 작품이 등장했다. 지난 1996년에 출시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가 바로 그것이다.


“‘디아블로’는 정말 파격적인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디아블로’처럼 사실적인 작품은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실제 사람을 움직이는 것 같았죠. 그렇게 ‘디아블로’에 놀라며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습니다.”


 그는 이후 게임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것도 막연한 계획이 아닌 실현 가능한 내용으로. 이 계획의 첫 출발은 대학교 졸업 후 커피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전공한 경영학의 경험을 살려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는 커피 사업을 하기에 앞서 1년 동안 바리스타 생활을 하며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는 등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


 신 대표는 “게임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밑천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커피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며 “커피 사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사업으로 더 큰 즐거움을 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신 대표가 프랜차이즈한 커피 브랜드는 ‘엔젤리너스 커피’다. 그는 지금까지 4개 지점을 오픈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옆의 명동 중앙점이다.


# 30초 안에 재미 주는 작품 개발


 신 대표는 커피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모은 자본으로 위즈덤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첫 작품으로 모바일 맞고를 만들었다. 첫 작품으로 맞고를 만든 이유는 자체 개발력을 확인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개발진은 믿을 만한 개발력을 보여줬고 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는 이후 4개의 피처폰 게임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고 대표작 ‘하늘섬타이쿤’을 터닝포인트로 스마트폰게임으로 돌아섰다. 특히 ‘하늘섬타이쿤’은 그의 마지막 피처폰 작품으로 의미를 두고 특별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진행 중이던 다른 프로젝트의 개발자들까지 투입해서 만든 작품이 ‘하늘섬타이쿤’입니다. 부족하나마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소기의 성과도 있어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같은 정성 때문인지 이 작품은 네이트 모바일게임순위에서 지난 4월 한 달간 1위를 기록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2분기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회사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이끌고 있었다. 그는 재밌는 영화가 나오면 전 직원과 함께 보러가거나 주말에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등 여러 친목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여러 게임 중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회사 직원 대부분이 ‘WOW’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회사 길드까지 따로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WOW’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가 ‘WOW’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정말 현실과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몇 년을 해 왔지만 전혀 질리지 않을 정도로 콘텐츠가 풍부하다”며 “정말 만들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회사 취미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에피소드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줬다. 위즈덤스튜디오의 야구실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위즈덤스튜디오는 게임업체끼리의 야구 시합에서 지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타 업체 사람들이 저희와 야구를 하면 “너희 회사는 뭐하는 회사인데 이렇게 야구를 잘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게임은 아니더라도 야구 실력만큼은 충분히 알린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 작품성 뛰어난 게임 만들고 싶다.


 신 대표는 기존 모바일게임 회사 중 ‘앵그리 버드’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비오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로비오는 ‘앵그리 버드’ 성공 이전에 40개 이상의 모바일게임에서 실패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실패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고 결국 ‘앵그리 버드’로 일약 세계적인 모바일게임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키아가 쇠퇴하면서 흔들린 핀란드 경제에도 로비오가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초기 시장을 가장 잘 공략한 작품이 ‘앵그리 버드’라고 생각합니다. 방식은 쉬워도 스마트폰 특성을 잘 살린 독창적인 게임입니다. 많은 실패가 쌓여 ‘앵그리 버드’같은 작품이 나온 것이지요.”     

  
 그렇다면 신 대표가 생각하는 게임의 지향점은 뭘까. 그는 “우리 작품을 플레이 했을 때 시작 이후 30초 안에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마디로 한 번에 필이 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품이 쉬운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을 잃지 않고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자사의 스마트폰게임 첫 작품인 ‘배드래빗’을 예로 들었다. 이 작품은 누구나 한번만 해보면 게임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의 작품이다.


대작 타이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신 대표는 “현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음은 만들고 싶지만 먼저 잘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과 SNG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커지면 상업성에 기반을 두지 않은 작품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위즈덤스튜디오는 현재 SNG와 모바일게임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현재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SNG ‘해적왕’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서버 전문가와 유명 게임 디자이너를 영입할 정도로 이 작품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적왕’은 친구들끼리 연합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거나 무역할 수 있는 신개념의 SNG”라며 “저희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 작품인데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장르에 집중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며 “훗날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다닐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게임스 고수홍 기자 zakash@thegames.co.kr]


[사진 = 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프로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동강F&B 이사
현 위즈덤스튜디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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