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에 스포츠라는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가 너무 틀에 박힌 사고를 해 e스포츠에 대한 상상의 외연을 스스로 좁혀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e스포츠가 당초의 의도대로 자리매김 해가고 있는 거라면 지금쯤엔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목표가 어느 정도는 보여 초기에 같이 고생했던 동지들 간에는 서로 믿음과 희망의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정상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십 수 년간 e스포츠에 공들였던 터줏대감 스폰서들이 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지난 10년 우리는 너무 겉늙어 버렸다. 우리의 경쟁력이라 여겼던 예전의 왕성한 상상력은 이미 고갈된 듯하다. e스포츠 탄생의 주최인 우리 스스로에게는 무척 관대했지만, 정작 e스포츠의 핵심 구성원인 종목사나 방송사나 게이머에게는 무관심했던 것이 아닐까. 이제 그 구성원들은 우리가 애걸복걸해도 이 시장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고 그들 중 다수가 이미 e스포츠계를 떠났거나, 떠나고 싶어 한다. 그들은 더 이상 이곳에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한다.


이제 단순 대응이나 미시적 대처로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입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행동이 수반된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어떻게 해야 종목사가 진정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싶어 할까. 어떻게 해야 방송사가 앞 다투어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방영하고 싶어 할까. 어떻게 해야 후원사가 줄을 이을까.


해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가령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일 게다. 그들이 구태여 우리와 손잡고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강제나 타율이 아닌 그들 스스로 장기적 투자나 협력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 당장은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매우 분명한 목적과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목적과 계획이 공동의 노력으로 수립되고 공동의 참여로 수행되어 참여조직 전체에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스폰서들은 이제 단순한 브랜드 노출로는 흥미를 안 갖는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우리를 통해 실질적 매출이 증가되고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면 모를까 공익이라는 다소 애매한 개념에 읍소하고 사회 참여에 구애하는 1회성 행사로는 더 이상 그들을 불러들이거나, 혹여 운 좋게 한번은 불러 들였더라도 지속적으로 그들을 머무르게 할 수는 없다.


동일한 논리로 종목사들에게도 그들이 발 벗고 기쁘게 우리를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가 변할 수 있으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우리와 손잡으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의 계획이 치밀하게 기획되고 조율되어야 한다.


방송사의 경우는 그들이 채널사업을 통한 광고뿐만이 아니고, 콘텐츠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해외 시장 개척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쌓은 e스포츠 방송에 대한 실력을 이제 한계가 있는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물론 일부 방송사가 중국 등에 진출하고는 있으나, 그 규모가 미미하고 또한 현지 방송사를 통한 로컬라이제이션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이머 부분도 예전보다 좀 더 열린 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게임의 종류도 많아졌으며, 게이머의 폭도 넓어졌다. 다양성을 포용하되 그 속에서의 공통점을 발굴하여 또한 집중할 수 있어야 스타도 탄생하고 이야기도 만들어지고, 이를 통하여 재미와 흥미가 유발되어야 그 외연이 더욱 넓어지지 않겠는가.


e스포츠라는 이름하에 제도권 스포츠로의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진입 전과 후가 무엇이 크게 달라지며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를 잘 생각해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위기와 기회를 잘 분석하여, e스포츠가 살아남기 위하여, 아니 더욱 성장하기 위하여 어떤 변화를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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