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도전… 그리고 별을 안았다


돈 보다 회사 키우는데 더 큰 관심…“지금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돌릴때, 조언도”

 

모바일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게임빌과 컴투스라는 두 업체 이름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이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게임빌의 송병준 대표와 컴투스의 박지영 대표는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송 대표가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면 박 대표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인상을 준다.


최근에 만난 송 대표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여러번 언급하며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보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충분히 검토한 후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답답하고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1년에 3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모바일 업체의 특성상 CEO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게임빌은 최근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승승장구 하는 등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가 회사를 창업한 지난 2000년은 휴대폰이 급속히 보급되던 시기였습니다. 재밌으면서도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창업하게 됐지요.”


송병준 게임빌 대표는 거창하고 원대한 계획 속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기 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면 잘 될 것 같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또 서두르기 보다는 하나씩 천천히 실적을 쌓아가며 오늘날의 게임빌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소박한 시작은 연 매출 수백억원의 대표적인 모바일게임업체로 결실을 맺었다.

 

- 사업을 시작할 때 집안이나 주변의 반대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최고의 명문대학인 서울대를 나와서 고작 게임을 만들려 하느냐는 소리도 듣지 않으셨나요.

“네…, 지금은 너무 오래 전이라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도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으셨고 걱정하시면서도 저에게 맡기고 지켜봐 주셨어요.”   

어렵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아픈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편이다. 그의 경우에도 어려운 일이 많았겠지만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듯 했다. 부정적인 것 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는 낙천적인 성격이 느껴졌다.

 

- 1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해 오면서 특별한 경영철학이 만들어졌을 텐데요.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해야겠지요.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나간다는 게 저의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배움의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세상에는 동서고금을 통해 훌륭한 인물들이 많이 있는데요. 정치인이나 철학자, 아니면 기업인 중에서 특별히 존경하거나 본받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많은 분들을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 미국에서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왜 그러나 했지만 막상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영향력이 있는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크게 성공하셨는데.


“아직도 성공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파도 속에서 큰 기업도 한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긴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전략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게임빌은 피처폰 게임으로 출발해 이제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백개에 달하는 모바일업체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게임빌도 숱한 시련을 겪어 가며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그래서 송 대표에게 지금의 성공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함께 실수 없는 방향 설정도 큰 역할을 했을 것 같았다. 
 
“결정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이슈가 있을 때 주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희의 경우 1년에 30여개 작품을 개발하거나 출시하는데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면서 중간 중간에 의사결정을 하는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지요.”

 

송 대표의 리더십은 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게임빌에는 5년 이상, 10년 넘은 직원들이 수두룩했다. 이직이 잦은 모바일업계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0년 넘게 근속한 직원이 5~6명 정도 된다”며 “회사 창업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직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 얼마 전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전체 150여명의 직원 중 30-40%에 달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방증인 셈이다.

 

- 글로벌 시장의 경쟁은 그야말로 거대 기업들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국내 수준은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인데요.


“저의 회사의 매출 중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분기에 40%에 달했어요. 또 스마트폰 게임인 ‘에어펭귄’이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큰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북미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게임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지요. ‘게임빌 프로야구’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 작품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임은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세계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 모바일게임 사업을 해 가는 데 통신사와의 관계는 가장 중요했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변화된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이통사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훨씬 더 복잡해 졌으니까요. 단말기와 통신OS, 콘텐츠 등이 맞물리면서 이를 잘 파악하고 흐름을 잘 보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홀더들과 협상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그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지금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퍼블리셔가 중심이 되는 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빌도 여기에 대비해야 할 텐데요.


“이제는 열린 시대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히트한 ‘에어팽귄’도 사실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퍼블리싱한 작품입니다. 이처럼 좋은 작품을 잘 발굴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중소업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외국에서도 오는 데 미국과 유럽, 호주, 남미에서도 작품을 들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경 없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게임빌은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그동안의 자체 개발 중심에서 퍼블리셔로의 변신을 하고 있었다. 자체 제작과 퍼블리싱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완성작을 받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을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에어팽귄’ 역시 기획에서부터 양사가 논의하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을 텐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이 있나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작품 중에서 힘들지 않았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작품 하나도 산모의 고통을 격지 않고 나온 것은 없다는 거지요. 잘 된 작품 뿐만 아니라 실패한 작품들도 모두 그만큼 힘들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느 하나를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선보인 ‘에르엘워즈’의 경우 제작단계에서부터 애착이 많이 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프로야구 시리즈와 맞먹을 빅 시리즈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업계를 위해 변화가 워낙 빠르고 변화의 시작도 외국에서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변화에 잘 적응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만 잘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많은 업체들과 개인이 스마트폰게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모바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염려했다. PC온라인 플랫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모바일에서도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유저도 다르고 정책적인 부분도 다르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게임스 김병억 부국장 bekim@thegames.co.kr]
[사진 = 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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