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대해 일정 거리를 두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이 이쪽  저쪽에서 포착된다. 정부 내  힘 있는 부처와 힘없는 부처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이른바 셧다운제 도입 방침에 대한 게임계의 촌평이 쏟아졌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일부 부처를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한마디로 더 이상 방치해 선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뀐 것도, 주무부처가 소관 업무를 소홀히 한 때문도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내각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다. 정부 내 게임계에 대한 비관론자들이 늘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각의 예전과 다른 모습은 게임계에 대해 상당히 공부하고 있고 그 만큼 게임에 대한 사회적 비중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세세한 것 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게임계의 동향 정도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산하기관의 연구 용역을 통해 온라인 게임에 대한 매출  및 수익 구조 등 게임계의 현금 흐름을 정통하게 꿰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소문  가운데 하나는 게임계가 그동안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챙겨 왔다는 것이며, 일부 게임계 인사들의 경우 해외 출장 등의 명목으로 외국을 들락거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에 체류하면서 한국으로 출장오고 있다는 것이다. 모럴 해저드란 극단적 용어까지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따라 문화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게임계의 자성과 변화된 자세를 촉구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실 예로 지난 4기 게임산업 협회의 김정호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던진 메시지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대 사회 유화책이었던 셈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6만의 고용 창출과 사회 봉사활동 강화, 그리고 웹보드 게임에 대한 산업계의 자발적인 규제 방안 등을 담아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6개월을 넘기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김 회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여러 설들이 난무했지만 웹보드 게임에 대한 자율적 규제 방안을 둘러싼 메이저사들의 갈등이 결정적이었다.


 그 이후 게임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임계는 변하지 않았다. 게임계는 세상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가장 움직임이 늦다는  정부사람들 조차 다 알고 있다. 게임계에 등거리 정책을 쓰도록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정부측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엉뚱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문화부 내에서도 몇 안되는 테크노크라트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생뚱맞게 게임 업그레이드에 대한 질문을 필자에게 한 것이다. 


 그 중 한 가지는 업그레이드를 실시하면 유저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기능이 저하되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새로운 아이템을 가져야 하는 데 그 아이템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게임에 공을 들이든지, 아니면 아이템을 사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게임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업그레이드한 경우 보유했던 아이템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서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그가 던진 말은 ‘게임 업그레이드가 사실은 장삿속 일환이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다면 청소년 이하 게임에 대해서는 업그레이드를 제한하거나,  하더라도 아이템을 가지고 장난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그런 식으로 돈을 벌었으면 그 이익은 일정 부문 사회에 돌리거나 좋은 일에 쓰는 게 맞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게임계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 며 강경한 발언을 토해 내기도 했다. 정부의 게임계에 대한 불가근불가원 방침이 확실해 보였다.


 게임 육성 방침에 대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게임계에 대한 일종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정부 내 게임계의 온건론자들 보다는 비관론자들이 더 득세하고 있다는 것과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주무부처가 자신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정책 목표 달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자해지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게임계다.


 흉내만 내지 말고, 하는 척만 하지 말고 이제는 바뀌어야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말로 세상사람들이 사회에서 남긴 이윤 모두를 달라하면 주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답이다. 게임을 위해, 그리고 게임계를 위해서 자사 이기주의의 멍에를 이제 던져 버려야 한다. 지금 게임계는 나만 배부르면 괜찮다는 식의, 소탐대실에 눈이 멀어 있다.


 그렇게 정부의 행동반경으로부터 멀어지면 좋을 것 같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은 그렇지가 않다. 연조가 짧은 산업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게임계가 더 이상 산업계의 아웃사이더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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