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총리는 전후 제95대 총리대신이다. 그에 앞선 간 나오토 총리는 15개월 재임했다. 그 앞의 세 총리는 공교롭게도 1년씩 재임하는 단명(短命)총리로 끝났다. 이러다 보니 일본 최고의 논객이라는 평을 받는 아사히신문의 한 논설위원이 “일본에서도 2년 재임 총리를 보고 싶다”는 사설을 쓸 정도이다. 총리의 너무 빈번한 교체를 아쉬워하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 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또 바뀌었다. 전임 정병국(鄭炳國)장관의 재임기간은 불과 7개월. 역대 문화부장관(공보부, 문광부, 문체부, 문체관광부 모두 포함) 48명 중에서 재임기간 6개월이었던 이규현 전장관을 빼고는 가장 단명이다. 이 전장관이 1979년 대통령 시해라는 격랑 속에 취임했다 이듬해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또다른 소용돌이와 함께 물러났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정 전장관의 재임기간은 사실상 가장 짧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역대 48명 장관의 임기는 1년 가웃한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1년짜리 장관’이 양산되었던 셈. 이러니 4년을 재임한 김성진 전장관이 참으로 특별해 보인다.


이와 대비되는 프랑스로 눈을 돌려보자. 90년대 초중반 언론사 프랑스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필자는 프랑스 문화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다양한 요인들 중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장수(長壽)장관’이었다. 샤를르 드골대통령 시절의 앙드레 말로 장관(1976년 사망),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 시절의 자크 랑 장관(현 국회의원)은 각각 10년씩 문화부장관으로 봉직했다. 한 사람은 문화대국 프랑스의 기초를 닦았고, 한 사람은 꽃을 피웠다.

‘정복자’ ‘인간의 조건’ 등의 묵직한 소설로 잘 알려진 앙드레 말로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1944년 알사스 전선에서 샤를르 드골 장군을 만난 인연으로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의 문화부장관을 맡아 10년을 재임하며 문화대국 프랑스의 뼈대를 만들었다. 문화적 영향력과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대통령의 지원 속에 강력한 문화행정을 펼쳐 오늘날 프랑스 문화의 큰 그림을 그려냈다.


자크 랑은 특히 1989년 프랑스대혁명 200주년 기념행사를 총괄지휘하며 문화장관의 명성을 높였다. 루브르박물관 앞의 피라미드 조형물, 개선문의 새로운 아치, 그리고 프랑스대혁명 당시의 바스티유 감옥터에 지은 오페라극장 등 ‘3대 문화작품’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이 세 작품의 설계자와 주역들이 모두 동양인이어서 ‘용광로’라 불리는 프랑스문화의 진면목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크 랑 장관은 우리나라와의 인연이 많다. 바스티유오페라의 첫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정명훈(鄭明勳)을 발탁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도 적극적이어서 1993년에는 미테랑대통령을 설득했고, 근자에는 사르코지대통령을 설득했다.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 주연으로 칸느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탔던 배우 겸 가수 멜리나 메로쿠리. 그는 지난 81년 그리스 문화부장관이 되어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의 반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아테네를 유럽문화도시로 지정받게 하는 등 6년간 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했다.

 

아테네 중심가엔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타계 17년이 지났지만 참배객들이 적지 않다. 그리스 국민들이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누구보다 그리스를 사랑했던 이 국민배우, 국민가수가 장관으로서도 훌륭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 부처 장관이 무려 6번까지 바뀌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MB정부에서도 벌써 3번째 문화부장관이다. 특히 정 전장관 임면(任免)은 게임계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하는 누가 봐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바쁘디 바쁜 국회의원에게 겸직장관을 시켜놓고 7개월만에 방을 빼라고 할 요량이라면 애초부터 그런 인사를 왜 하는가? 하기야 게임정책을 담당하는 게임산업과장이 1년도 안돼서 바뀌는 판이니 무얼 더 말하랴.


프랑스 같은 10년 장수장관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문화장관은 좀 보고싶다. 우리에게도 말로, 랑, 메로쿠리를 그리워 할 권리는 있다.

 

[김기만  군산대ㆍ우석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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