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처 장관이 교체됐다. 통일· 문화· 복지· 여가부 등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었다. 통일· 여가부 장관의 경우 나름 할 만큼 한 케이스이니까 그렇다 손 치더라도 복지· 문화부 장관은 만 1년을 겨우 채웠거나 불과 8개월 여의 재임기간에 그쳤다. 자세히 살펴보니 의원직 장관이 이번 개각의 경질 대상이었던 같다. 9월 정기 국회를 앞두고 있는데다 내년 총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병국 장관과 같은 이는 역대 문화 장관 중 몇 안되는 단명 장관으로 기록되게 됐다.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개각을 할 수 있고  직권으로 면직도 가능하다. 이는 조각과 개각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문제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개각을 단행한다면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안, 정책의 혼선, 그리고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문화 장관의 경우 특히 그렇다. 실용정부를 비롯한 앞선 정권들 대부분이 그래 왔듯이 문화 장관은 정권 창출에 크게 기여했거나 정권의 나팔수에 적합한 인물들이 대거 발탁 인사란 이름으로 임명됐다. 필자는 운 좋게도 상당수의 문화장관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는데, 그 때마다 느낀 그들에 대한 소회는 정권이 평가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인물평이 더 정확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유명 연예인 출신 장관보다는 정치권의 출신의 장관이 낫고 ,정치권 출신의 장관보다는 관료 출신의 장관이 훨씬 더 업무 효율 측면에서 뛰어났다는 점이다.

 

계량화한 자료는 없지만 공무원 사회의 전반적인 평가가 그렇다.
반면 정책 추진과 결정 과정에서 결단력을 보이는 장관은 대부분 정치권 출신들이 수완을 보였다. 특히 신낙균· 박지원· 김한길 등 35∼37대 트리오 장관들은 정치권 출신임에도 불구, 문화 행정에 빼어난 안목과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박지원· 김한길 두 사람은 운명처럼,  한사람은 앞에서 팔을 걷어 부치며 숲을 헤쳐 나갔고 또 한 사람은 뒤를 따라 갔지만 그냥 따라 나선 게 아니라 그 다운 섬세한 안목으로 마치 수를 놓듯이 문화 산업의 행정을 보여줬다.

그러나 문화계 유명 인사로 통했던  A 장관과 B 장관은 화려한 자신의 경력에 반해 수준 이하의 눈 높이와 권위적인 업무스타일로 주변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케이스에 속한다.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의 속이라고 하지만 이 두 장관은 겉과 속이 너무나 달라 관료들의 기피 인물이 되다시피 했다. 발탁인사보다는 정권 창출에 이바지했다는 인사들이 이쪽에 더 가깝고  정치권 인사보다는 관료 출신,  유명인사쪽 인물들이 이쪽에 더 속한다고 보면 맞다.


 중요한 것은 누가 장관이 되든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유기적인 업무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그게 그렇지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장관이 바뀌면 보통 업무 파악하는데 3∼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때까지는 모든 업무가 정지된 상태가 된다. 새 장관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고 있던 일이 아예 없던 것으로 돼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정 감사 기간이 끼어 있거나 이슈 거리가 하나 정도 확 터져 버리면 얘기는 아예 달라진다. 예컨대  이렇게 될 경우 새 장관이 재임 기간에 한 일이라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이름아래 단행한 인사란의 사인뿐이다.


 문화 장관의 재임기간을 보면 어림잡아 1년여에 불과하다. 타부처 장관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문화· 산업 행정을 총괄하는 수장을 1년에 한번씩 갈아 치운다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지식산업을 위해서도 결코 소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 환경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전통 산업 제품군에서  지식기반에 의한 문화 콘텐츠가 새 주류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 행정 수반의 자리를 결코 가볍게 봐선 곤란하다.  실제로 최근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세계 통신계의 빅뱅 조짐의 이면에는  다름아닌 콘텐츠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정책을 잘못 펼치거나 시기를 놓치면 뒤따라 가거나 서둘러 처방전을 마련해 따라 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그것 조차 어렵게 됐다. 글로벌 무역 환경은 말 그대로 혁명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해서 자칫 잘못하면 산업을 잃는 것 뿐 아니라 우리 경제마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각국에서 앞다퉈 문화 관련 부처를 따로 두거나  독자적 기능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 이같은 사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장관 자리가 더 이상 대통령이 베푸는 은전의 자리나 대선 때 입은 보은의 자리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지식· 문화 산업을 베이스로 한 콘텐츠 상품이 새로운 어젠더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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