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된다는 말은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이다. 날고기와 구운 고기의 의미를 담고있는 이 단어는 모든 걸 갖춤으로써 사람들 입을 통해 좋은 음식과 뛰어난 시문장처럼 칭송하며 알려진다는 뜻의 회자인구란 고사성어에서 비롯됐다. 가려져 있거나 혹은 드러나지 않았다면  결코 회자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거나 세인들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일 것이다.


 온라인 게임과 함께 게임계가 제도권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우선 게임이 제도권 사회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찮은 아이돌 문화 또는 하층문화의 대표 선수로 꼽혀 온 게임이 어느 순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콘텐츠로,  또는 사회 구성원들이 간과할 수 없는 극복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외면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타협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전향적으로 돌아서서, 채우고 내 보낼 수 도 있어야 한다는 실용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중 문화는 문호가 빨리 열리고 상대 국가의 문도 상대적으로 쉽게 열린다는 특질을 안고 있다. 수입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사전에 준비하고 ,더 나아가 수출 길까지 모색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게 그동안의 정부가 추진해 온  문화산업 정책 기조였다.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책이 안팎으로 호된 비판을 받아 왔고 정치권의 논란의 대상이 됐지만 정부가 일관되게 밀어부쳐 온 건 이같은 글로벌 무역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최근 게임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과 제도권의 잦은 언급은 이러한 정부 정책을 사실상 인정하고 이젠 속도의 향배와 방향타를 냉정하게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이 경우를 재정비 기간, 또는 새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다름 아닌 게임계에 처해 진 작금의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게 또다른 논란과 문제 제기다. 


  게임회사의 CEO였던 고평석씨가 쓴 '게임회사가 우리 아이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이란 책이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업계 경험담과 결코 유익할 수 없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소개하고 있으나 정작 업계의 관심은 고평석 씨 자신이 몸을 담았던 게임계와 게임에 대해 어떻게 그처럼 난도질 하며 깎아 내릴 수 있느냐는 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글의 내용을 보면 고씨의 게임에 대한 평가와 시각은 실제와 다르지 않다. 미친 듯이 하다보면 중독이 되고, 게임회사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단순 플레이만을 강조하고 있고 기회다 싶으면 아바타나 아이템 팔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지적도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는 더 나아가 게임이 스토리가 없는 데다 메시지도 없고 감동이 없기 때문에 콘텐츠라기 보다는 '시간 때우기 도구'라고 깎아 내린다. 고 씨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방적으로 손사래를 칠 수 없는 게 또한 현실이고 보면 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부정할 순 없다. 여기서 그의 글에 대해 옳다 그르다며 갑론 을박을 벌일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러한 글과 말들이 예상보다 많아질 것이며 그 강도 또한 예전과 다르게 훨씬 강해지고 자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이같은 거친 글과 황당한 말들에 대해 게임계가 수용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다. 또 반 게임계와 비주류의 일방적인 시각과 비판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체질과 논리를 갖고 있느냐의 여부인데 게임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정부쪽을 쳐다보면 일부 부처를 제외하곤 우군이랄 수 있는 부처가 없고 학계 역시 게임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게임계에 대해선 아주 비관적이다. 언론쪽을 보면 암울할 정도다. 제도권 언론은 그렇다 손 치더라도 게임계 전문지조차 게임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장사에만 매달려 오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심을 잃어버린 것은 둘째 치고 게임 문화와 역사마저 내팽개쳐 버림으로써 자승자박인 셈이 돼 버렸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게임계는 발가벗겨진 채로 세상의 문을 나설게 분명하다.


  게임과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시험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쪽 저쪽에서 포문을 열고 달려들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게임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두눈을 감고 봐도 뻔하다. 게임계를 향한 회자됨이 잦아들면 잦아들수록 득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체질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안별로 논리를 갖추고 극복하는 노력과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계, 주요 메이저들이 변해야 한다. 특히 이 기회에 게임만 바라 보고 오로지 그 우물 안에서 몸부림치는 대외 협력 창구는 산업 규모에 걸맞은 시니어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계의 새로운 방향 전환 및 전기 마련은 반 게임계의 끊임없는 발목잡기와 반대 논리에 묻혀 뒤로 늦춰지거나 아주 요원해 질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선제적 차원의 게임계의 정비가 필요한 데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찬바람이 불면 말잔치가 펼쳐지는 정치의 계절이 성큼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