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다. 주말 이른 저녁부터 집집마다 리모컨 경쟁이 일어나고, ‘나도 가수다’라는 패러디 코미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왜 그럴까?


아이돌 일색인 가요 프로그램과 너무나도 많아서 헷갈릴 정도의 걸 그룹의 등장에 대한 반발인 듯하다. 음악을 사랑했던 대중들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에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던 가요에 대한 복고적 향수와 아이돌의 립싱크가 아닌 혼을 담아 노래 불렀던 진정한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갈망이 한 PD의 기획력과 잘 맞아떨어져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럴싸한 분석이다.


좀 더 심도 있는 분석을 한 어느 PD는 ‘나가수’에서 유달리 카메라를 클로즈업(close-up)  기법이 많이 사용된다면서 ‘사회적 증거이론’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적용하기도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가짜 웃음소리를 삽입하여 시청자들을 따라 웃게 만드는 기법을 예로 들면서 사회적 증거 효과를 제대로 반영한 리액션 기법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의 뇌에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이라는 게 있어서 상대방의 행동이나 감정을 보면 똑같이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가수’ 신드롬과 인기는 과연 이런 이유들뿐이었을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여기에서 ‘게임의 재미 이론이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 ‘나가수’가 게임의 재미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참여를 활성화하고 상호작용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요즘의 팬들은 수동적인 시청보다는 완전히 참여하기를 원한다. ‘나가수’는 이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 중에서 유독 참가자의 관여가 있어야만 진행이 계속되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나가수’도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에 투표하게 만들고, 수많은 입소문을 만들어낸다. 시청자들이 의견을 내고 내가 응원하는 가수가 그 노래를 부르게 되면, 마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것처럼 여기고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만든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자신만의 영웅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시청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려는 의도는 게임의 기본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둘째, 생존 경쟁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나가수’ 뿐 아니라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경쟁을 통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케이블 TV에서 성공한 ‘슈퍼스타 K’의 방송 포맷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게임의 핵심적 재미 요소인 생존과 경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게임 디자이너가 만들어놓은 인공적인 요소와 충돌하게 된다.

 


셋째, 도전 과제라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나가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추천한 노래를 도전 과제로 멋지게 소화해내야 한다. 물론 가수의 스타일에 잘 맞는 노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장르도 소화해내야 한다. 시청자들은 과연 이 가수가 그 노래는 잘 소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고 기대감은 높아진다.


‘나가수’ 신드롬은 새로운 형식, 진정성 있는 공연, 적극적인 팬 문화, SNS(Social Network Service)을 통한 입소문, 공감의 효과, 아이돌에 질린 복고에 대한 향수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지만 게임이 갖고 있는 재미 요소를 잘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모든 미디어들은 점점 더 상호작용이 되고, 점점 더 생동감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재미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가 게임과 재미를 다루는 게임학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게임이 다른 미디어들을 리드하고 있고, 모든 미디어들이 게임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형섭(게임학 박사) queser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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