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부둣가만큼 을씨년 스러운 게 없다. 풍어를 맞아들이는 갯가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생선 파는 아낙네와 외지 사람들의 흥정 소리가 어우러져 항구 전체로 퍼져 나가야 제 맛인데, 계절을 훌쩍 보낸 어구에서는 그런 정겨운 장면을 마주할 수 없다.

 

외롭게 비상과 하강을 거듭하며 내 지르는 갈매기 소리만 크게 울려 올 뿐이다. 여기에다 변변한 좌판마저 보이지 않고 손님은 커녕 장터 사람들조차 뜨문 뜨문하다면 그건 분명 한물간 장터임에 틀림없다.


다름 아닌 비수기도 아닌 성수철을 맞고 있는 게임계의 모습이다. 원인을 찾아보면 여러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예전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흡입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매력있는 작품도 없고 즐기고 있는 게임 또한 콘텐츠 빈곤으로 인해 재미를 반감시킨다면 게임시장에 과연 또다시 발을 들여 놓으려 할까 싶다.

 

그나마 기댈 언덕이란 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바타를 키우는 작업인데, 이마저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안의 경중은 상당히 달라진다. 재미도 없고 신명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감을 불어 넣어주지도 않는 썰렁한 마당에 그저 큰 배 들어올 때를  기다리며 항구만 바라볼 유저는 한마디로 없다.


변변한 새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그 것이지만 고착화된 경쟁 구도가 시장에 대한 흡입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도 신선함이란 걸 찾아볼 수 없다.

 

해마다 거듭되는 그저 그런 마케팅만 넘실되고 있다. 말 그대로 재탕 삼탕이다. 경쟁사의 론칭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이미 예삿일이 돼 버렸고, 상대 업체의 실적에 견주어 거기에 딱 맞춘 맞춤 경쟁을 펼친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치열한 싸움 또한 싫어한다. 경쟁 상대가 강적이라고 판단되면 슬그머니 출정을 미루고, 반대로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겨지면 설익은 작품 출시도 서슴치 않는다. 설 익었어도 패치를 통해 언제든 리뉴얼이 가능하고  비난의 소리가 들려오면 그 때 그 때  다듬으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지만 정보교류라는 이름으로 경쟁사끼리 작품출시 일정뿐 아니라 마케팅전략 및 홍보 계획을 스스럼없이 주고받기도 한다. 좋게 바라보면 과열 양상으로 치닫게 하지 않는다는, 마치 경쟁사 간 신사협정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쟁사의 마케팅 전략과 홍보 예산을 서로 공유하고 의견을 구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쟁사는 선의의 적이다.


이는 경쟁구도가 고착화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10여년의 성상을 쌓으면서 경쟁사와의 관계 설정을 치열한 경쟁과 협력에서 경쟁이란 단어는 쑥 빼 버리고 엉뚱하게도 이상한 협력체제만 남겨놓은 것이다.

 

결국 접경지대가 사라져 버렸으니 병사들이 몸부림 칠 일이 없고 허리띠를 졸라맬 이유도 사라진 것이다.


이런 구도라면 올 겨울 내년 초로 이어지는 겨울 성수철에도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생선도 팔기 전에 철지난 장터처럼 한산해 져 버린 게임시장의 예고장과 같다.


이런 식이라면 고착화된 현 경쟁구도는  타파돼야 마땅하다. 인위적이든 시장 경쟁 원리를 새롭게 도입해서라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국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토니 페르난데스(47) 에어아시아 회장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창업10년 만에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세계 11위의 항공사로 키워냈고 지난 6월 파리 에어쇼에서는 180억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를 한꺼번에 사겠다고 해 세계 항공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사업수완은 단 하나였다. 철저한 마케팅과 상대 항공사와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그는 자국 내 항공사 뿐 아니라 고속버스와의 가격경쟁에서도 승부를 했고 관행처럼 여겨지는 일들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내 던져 버렸다.

 

그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국 내 경쟁사 뿐 아니라 아시아, 세계의 항공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항공사업은 무지와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는 업계 구도를 깰 자신이 있었고 밀어붙일 용기도 있었다. 그에게 라이선스를 준 마하티르 수상은 페르난데스 회장의 성공을  예언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항공사업을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항공계는 경쟁 구도는 커녕 타성에 젖은 습관적인 경영으로 적자 경영을 면치 못했고 정부는 이를 보전해 주기 위해 국민 세금을 계속 퍼부어야 했다. 관성에 젖었고 경쟁사간 접경지대도 사라진 것이다. 경쟁 체제가 유지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게임계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고착화된 경쟁구도를 바꾸는 것이다. 시장구조에 의해 변화를 주기 힘들다면  인위적인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촉발시켜야 한다.

 

이를테면 비싼 항공료를 내리라고 요구하지 말고 저가 항공사업을 지원해 항공료 인하를 촉발시킨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계의 내일은 그 안주해 버린 이유로  인해 무릎을 꿇을 수 있다. 경쟁이 없으니 유저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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