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구슬치기, 말타기, 술래잡기, 다방구, 고무줄넘기…. 지금의 50∼60대 부모 세대들이 어릴적 즐겨했던 놀이들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게임들이었다. 이런 놀이들이 공부와 다른 점은 재미가 있었고 책상머리에서의 공부에 비해 규칙의 중요성이나 놀이 운용 전략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본디 놀이를 즐기는 동물이다. 사회학자 하우징아는 이를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명명했다. 유희적 인간이라는 것이다. 호무 루덴스는 노래하고 춤추며 예술에 탐닉하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근대 이전까지 인간은 이런 놀이 정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은 점차 능력, 계산, 제조, 상품화를 중시하는 ‘호모 파베르’로 바뀌어갔다.


그렇다면 컴퓨터게임은 어떤 놀이일까. 오래 전부터 내려온 사회적 상호 작용 형태라고 할 놀이의 보다 새롭고 진화된 표현 양식일 것이다. 여기에다 학습 능력 향상의 좋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G러닝(Game Learning)에 대한 커지는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정부가 2015년부터의 본격 시행을 발표한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계기로 더욱 눈길을 끄는 G러닝 쪽엔 위정현 교수(47)라는 독보적 존재가 있다. 4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자신이 직접 교육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는 G러닝의 실체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신선하고 놀랍고 흥미진진한 신세계였다. 특히 우리가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에서 1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 뒤로 위 교수가 보여주고 있는 실체와 성과는 이런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첫 걸음은 중앙대 경영학과에 온라인게임 ‘거상’과 ‘군주온라인’을 교재로 쓴 것이었고, 이듬해에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에도 강의를 개설했다. 이후 ‘군주’를 활용한 그의 G러닝 실험은 국내 초중고교로 점차 확산, 검증되었고 경영학으로 시작한 영역도 영어, 수학, 정치, 경제로 다양화되었다. 현재는 ‘열혈강호온라인’을 활용한 영어교육과 ‘로즈수학’을 활용한 수학교육이 교과부 지정 8개 초등학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G러닝은 외국으로도 날아갔다. 2006년 동경대 교수에 의해 일본의 한 고교 역사수업에 사용된 데 이어 작년 하반기 미국 LA의  한 초등학교에서 6주간 활용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교육 분야 만큼 논쟁이 치열한 곳도 드물다. 정부의 스마트 교육 전략에 대해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변화 추세와 기대되는 효용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과연 참다운 배움과 돌봄, 책임 교육을 위한 학습 생태 환경에 적합하느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닌텐도Wii’나 두뇌 훈련 게임이 잘 입증 했듯이 기능성 게임의 교육적 효용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G러닝과 같은 기능성 게임은 이런 점에서 아마도 차세대 킬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G러닝 등 기능성 게임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데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 시장은 산업형성의 초기여서 게임업계의 본격 진입에 앞선 발판 마련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앞서 가려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주문 하고자 한다. 게임 업계에서 뭔가 먼저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게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G러닝 확산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라도 내놓으면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마땅히 G러닝에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다만 그 물꼬를 트는 역할은 게임문화재단이 해주었으면 한다.  

 

[김기만 우석대ㆍ군산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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