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제 2의 한류 바람이 일고 있다며 이쪽 저쪽에서 야단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류가 긍정적으로 바뀐 데다 꾸준히 시도해 온  젊은 댄스 그룹들에 대한 스타 마케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짐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인데 논단쪽에서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과 앞으로 더 거센 바람이 일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나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가볍게 솟구친 바람이 아닌 것은 분명한 데  바람을 형성하고 있는 핵 주변이 너무나 설익은 아이돌 스타들 뿐 이라는 게 걸린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계의 양극화 현상과 이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은 갈수록 심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추진 동력을 제한적으로 쓸 수 밖에 없고 그럼으로 인한  리스크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순풍이 불고 있는 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탄력 가능성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지 못할 경우 또다시 불어 온 한류 열풍은 마치 모래사막 위 신기루처럼 슬그머니 사라져 버릴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한류 바람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국격이 높아진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지펴 온 불이 비로소 아랫목을  대 피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오랜 노력 끝에 얻어낸 결실임엔 틀림없다.


10여년 전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일기 시작한 HOT 바람을 단순히 그들의 바람으로 묶어두지 않고 기류 변속을 통해 한류 바람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중국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한국 가요를 소개할 수 있는 유선 방송을 막후에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시절 부터였다.

 

일각에선 한국에 대한 선망 등 향수병에 젖어있는 조선족을 자극해 자칫 극단적 움직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으나 정부는 개의치 않고 지원책을 밀고 나갔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 ‘미르의 전설’은 현지에서 파죽의 기세를 보이며 승승장구 했다. MMORPG 장르의 게임이란 생소함에 현지인들은 매료됐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스템이 다운되기도 했다. 현지 공안 쪽에 비상이 걸렸음엔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사실은 주중 한국 대사관의 파우치를 통해 정부쪽에 속속 전달됐다. 하지만 그 내용이란 것이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견해와 전망들이 더 많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판단은 달랐다. 오히려 현지 시설을 확대하는 등 지원을 강화했다. 당사국간 외교적 마찰도 예상됐으나 개의치 않았다. 결국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HOT 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체육관을 빌어 공연할 수 있었던 것도, ‘미르의 전설’이 온라인 게임으로 중국에서 새 지평을 열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정부가 각 채널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며 막후에서 역할을 한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은 한참 더뎠거나 일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문화를 만들고 창조해 나가는 작업은 팬들과 팬과 함께 숨을 쉬는 엔터테이너를 비롯한 민간기업이지만 막후에서 불을 지피고 파이(인프라)를 키우는 작업과 역할은 다름 아닌 정부의 몫이다.

 

정부와 민간기업의 손발이 맞을 때 트렌드와 산업이 같이 흥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한쪽에서만 주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손을 놓고 있으면 산업이 기울거나 추세를 따르지 못한다.  산업강국, 문화 강국을 얘기하면서 국격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게임계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와의 호흡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부침이 심할 때는 육성책을 쓰거나 장려책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 가운데 셧다운제 도입 결정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주무부처가 좀 더 진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조급하게 달려들어 강력 추진을 주장한 상대 진영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고 그 전과 역시 그대로 그들에게 헌상하는 꼴이 됐다.


실용 정부 출범 이후 일부 부처들이 실적에만 집착한 나머지 너무 이상적인 방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말 그대로 정부 정책이란 것이 너무 현실적인 방향으로 쏠려서도 안되겠지만 이상향만 바라보고 오로지 고고함만을 외쳐서도 곤란하다. 그런데 실용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은 종잡을 수가 없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업계의 혼란만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문화와 산업을 동시에 쥘 수 있는 천금의 기회임에도 주춤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못 벗어 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양극화, 게임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거세게 일고 있는 한류 바람이 일시적이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문화계 ,특히 산업계에는 기회이자 도약의 모멘텀이다. 정부가 시발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한류 바람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처방전이 절실할 때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만 보고 각 부처, 각 채널에서 들려오는 소리 듣기에만 급급하다. 이럴 경우 현실 감각은 살릴 수 있을 지 몰라도 미래의 희망 가치를 담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더 나가게 되면 복지부동이 된다.


한류 바람의 진원은 내일을 내다본 민관의 노력과 투자가 주효했기 때문에 생긴 열매다. 정부가  앞서 가도 곤란하지만 뒤처져서도 곤란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쪽만으로는 결코 추진체를 유지할 수 없다.


여론도 살피고 주변 분위기를 엿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냉철한 현실적 판단 없이는 문화와 산업 등 두 마리의 토끼를 낚아 챌 수 없다. 예컨대 당장의 실적만을 고집했다면  한류의 바람은 생기지도, 오래도록 데워지지도 않았을 터이다.

현실적 과제와 이상적 과제를 적절하게 배합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 어떤 정책이 주효하다고 생각하는가. 확실한 것은 자칫 잘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 콘텐츠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참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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