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0년대에는 8개 부처에 게임 관련 규제법이 있었고, 게임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게임 중독의 유해성 등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90%를 넘었었다.


얼마 전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측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마침 작년에 있었던 끔찍한 게임 중독 관련 사건 두 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충분하게 작용했다.

 

2010년 9월 부모 모두 컴퓨터 게임에 빠져 생후 석 달 된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굶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반대편 주장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면 셧다운제도는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서 공부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학원 갔다가 녹초로 돌아오는 청소년들에게 게임 한판은 그야말로 휴식이자 모처럼 만의 짧은 여가시간이기도 하다.


셧다운제의 실효성도 제기되었다. 한국입법학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심야 시간에 게임을 금지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게임과 인터넷 모두 하지 않겠다고 한 응답자는 5.6%에 그쳤다.

 

94.4%는 다른 대안을 찾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게임산업계에서도 이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자는 일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과연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모처럼 한국이 우위를 잡고 있는 게임산업도 육성하고 게임 중독도 예방할 수 있는, 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게임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 중에서 성장률이나 해외 수출면에서 실적이 가장 탁월하다.


셧다운제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셧다운제의 실시로 인해 가정에서는 게임에 대한 관리 역할이 소홀해질 수 있고, 수출의 장애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 내에서도 유해하다는 게임을 해외에서 굳이 수입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할 바를 잘 해나가면서 나머지 시간에 게임을 즐기고 있다.

 

게다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가정이라면 밤 12시가 넘어서 자녀에게 게임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막아달라는 주장은 도덕을 법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 아닌가?


그렇다면 게임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미국에서는 게임이 갖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게임 외의 다른 분야에 활용해보자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화(gamification)가 바로 그것이다.

 

즉 게임은 우리에게 도전정신을 키워주고, 명확한 피드백으로 참여하게 하며, 경쟁과 보상 요소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에서 게임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의과대학에서 외과의사 게임과 비슷한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결과 실습 중 실수 발생률이 6분의 1로 줄어들었고, 미 육군 병사가 응급 상황에서 부상자에게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미 육군에서 신병 모집 게임으로 개발된 아메리카스 아미(Americas Army)를 통해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세계 최초로 비만을 줄이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댄스 게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이다. 이제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부터라도 게임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찾아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게임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야 한다.

 

[윤형섭 게임학박사 queser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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