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머니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경기 동향과 흐름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경기의 과열 여부까지도 쉽게 진단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호·불황은 경제 지표의 또다른 재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경기 침체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재미를 보고 있으면 경기 침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아예 호황기를 맞이하면 경제 자체가 불황기에 접어든 것으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 견해다. 이를 놓고 보면 포켓머니산업은 호·불황에 관계없이 재미를 보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물 경제를 통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예컨대 경기침체에도 불구,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는 스테그플레이션 현상 때의 경우다.


엔터테인먼트시장의 킬러 콘텐츠로 꼽히는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가 자주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당히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빨간 신호등에 대한 발원은 먼저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잇단 규제 정책에서 찾는 것 같다.


 ‘신데델라’ 법이라고 불리는 셧다운제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데다 시행 방법과 규모가 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 안팎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박을 친 새로운 흥행작의 등장이 가뭄에 콩 나기 수준에 있고, 시장구조 또한 양극화 현상에서 피뢰침 구조로 바뀌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결정적인 것은 정부와 국회 내의 게임계에 대한 비토 세력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들은 하나같이 게임에 관한한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는 착각 속에 세를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에 걸맞지 않게 좌우 대립을 보이고 있는 국회 내에서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는 심각한 의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게임 자체에 중독성이 있는 게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다.

 

막 말로 과몰입 현상이 게임으로 비롯됐다기 보다는 가정과 교육 문제 등 복잡한 사회 병리 현상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고 했을 경우 상황은 상당히 복잡하게 꼬일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여론의 힘도 얻고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일거에 풀 수 있었던 게 게임 규제책이었고, 거기서 부터 시작돼 잉태한 것이 다름아닌 ‘신데렐라’ 법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규제 정책이 앞으로 더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게임계의 반응과 움직임은 의외로 차분하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별 문제가 생기겠느냐며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만 부풀리면 죽지 않을 것인양 기업 규모만 키우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 또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왠지 산속의 메아리처럼 공허하게만 들려온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포켓머니산업의 또다른 특질이다. 이를테면 경제 동향에는 예민하지 않지만 한풀 꺾였을 때는 갈대처럼 절대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영화산업도 주기별로 부침을 거듭하지만 한번 주저앉으면 그만인 경우가 허다하다. 번성을 누렸던 미국 할리우드도 시대의 트렌드 때문이라곤 하지만 때를 놓쳐 산업의 주도권을 유럽으로 넘긴지가 오래 됐다.


홍콩 영화계는 규제책에 의해 망가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때 느와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영화 제작 수준을 보여온 홍콩 영화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홍콩 반환 시점인 1997년 이후였다. 처음에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모든 정책을 예전 방식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해 놓고, 반환 이후 각종 규제책을 쏟아낸  것이다. 홍콩영화계가 무너져 내린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후 동남아 흥행 주도권 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여 온 것은 한국이다. 아케이드와 비디오 게임 장르는 장악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분야는 세계 시장을 주름 잡아 왔다. 기획에서 디자인, 장르 ,스토리 라인까지 경쟁국들의 작품을 압도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한국게임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평과 함께 슬그머니 경쟁국인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중국 게임계에 밀리고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모든 툴을 총동원해 지원해 주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부와 국회가 합창하듯 목소리를 높여  게임계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규제책을 내 놓거나 말거나, 아니면 그런 카드를 쓰거나 말거나, 그런 것들이야 위정자들의 마음대로 이겠지만 그 남발된 정책으로 뭉개진 게임 등 포켓머니산업은 공산품과 달리 재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은 더욱 더 예민하다. 한번 상실한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란 거의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산업이 위기인가 아니면 과장된 것인가.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산업계 주변에서 줄기차게 제기된다면 뭔가 위정자들이 잘못하고 있거나, 처방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한번 놓친 기회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콘텐츠 산업계의 정설이다. 미래 고부가 가치 산업을 일부 위정자들의 포퓰리즘에 영합한 목소리에 잠재워 버릴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정치 논리이지 결코 경제 논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 미래 산업이 그렇게 한가하던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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