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가족 내에서 대화와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공감성장을 비전으로 삼겠다”.


난산 끝에 지난달 20일 출범한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중 이 두마디가 가장 와 닿았다. 두 단어로 더 줄이면 ‘소통’과 ‘공감’이었다.


필자는 최회장을 잘 알지 못한다. 필자가 초대 게임물등급위원장으로 일할 때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이니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이 낫겠다. 그런 최회장의 첫 기자간담회 발언을 접하고, 필자는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 가슴이 많이 설랠 만큼 기분이 좋았고 기대감이 커졌다.


첫째, 그가 화두로 선택한 단어들 때문이었다. 둘째, 솔직담백하면서도 겸허한,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는 결의가 자연스레 드러나는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게임을 통한 가정의 소통확대’ 를 강조했다. 우리 사회 전반, 아니 현대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가장 중시되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게임이 그처럼 중요한 ‘소통’의 매개체 기능을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게임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요체와 해결방안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신뢰를 갖게 만들었다.


복잡다단하고, 광속으로 변화하며, 모두가 제 잘난 멋에 살아가고, 계층ㆍ지역ㆍ이념ㆍ세대ㆍ세력간 갈등이 폭발하는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왕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요즘 건배사 중에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으로 이어지는 ‘3통’이라는 게 크게 유행할까.   


그가 가정공감, 사회공감, 기업공감이라는 삼각형의 세 꼭지를 토대로 한 ‘공감성장’을 5기 집행부의 비전으로 설정했다고 하면서 사용한 ‘공감’이라는 단어도 기막히게 선택된 ‘킬러 워드’라는 생각이다. 게임계의 현실을 돌아볼 때 문자 그대로 죽이는 단어이다. 공감의 바탕이 튼튼할 때만 공멸(共滅) 아닌 공생(共生)이, 공망(共亡) 아닌 공존(共進)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흔하게 쓰이는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의사소통이다.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의 뜻은 ‘공통되는’ 혹은 ‘공유하다’라는 것이다. 최회장이 그것까지 알고 선택했는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소통’과 ‘공감’은 이처럼 긴밀히 연결된 ‘이란성 쌍둥이’ 쯤 되는 셈이다.


오늘날 ‘인간관계의 모든 것’으로까지 불리는 소통에서 가장 중시되는 개념이 바로 공감과 상호작용, 그리고 진정성과 경청의 태도이다. 방송인 손석희 교수는 아예 “소통의 주요 목적은 상처의 치유다”라고 말할 만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팔방미인 안철수 교수는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과 일방통행 아닌 양방향성을 소통의 요체로 강조한다.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진정성이 소통의 전부나 마찬가지”라고 단언한다. 진정성에는 진심, 투명성, 도덕성이 포함된다.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둘인 것은 소통에서 경청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잘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좋은 소통의 출발이다. 


최회장께 어떤 취임선물을 드릴까 고심하다 선문답 같은 소통관련 얘기로 시종했다. 그의 처지는 한 마디로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ㆍ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도다)’이다. 당장 산적한 과제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특히 현재 80여개사에 불과한 회원사를 늘리고, 모바일과 아케이드 업계까지 포괄해 대표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데 이 역시 소통의 성공 여부에 크게 달려있다.

 

그러나 걱정 마시고 뚜벅뚜벅 걸어가시라. 경영계나 스포츠계에는 ‘등떠밀려’ 맡았지만 만루홈런을 친 분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과 사회주도세력들이 통째로 욕먹는 이유를 잘 살펴보면 바로 ‘소통부재’ ‘나홀로 소통’ ‘진정성 없는 소통’ 때문이지 않은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하면 된다. ‘소통’ ‘공감’을 화두로 내건 첫 기자간담회의 초심을 지키면서.

 

[김기만 우석대ㆍ군산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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