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 퍼블리싱 연장 계약을 둘러싼 CJ E&M측과 게임하이측의 난타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주 초 판권을 쥐고 있는 게임하이측은 ‘서든어택’에 대한 모든 퍼블리싱 권한을 모기업인 넥슨측에 넘기기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CJ와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 됐음을 선언했다.

 

CJ측은 그러나 협상 시한이 충분히 남아 있고 아직도 대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며 게임하이측과의 물밑협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까지가 지난주 FPS 게임 ‘서든어택’을 놓고 벌인 CJ와 게임하이측의 기 싸움의 전말이다. 한쪽은 끝났다며 이별 노래를 준비 중인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애정을 과시하며 재결합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이 정도가 되면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마치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머리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양측이 무엇을 얻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소란을 떨었느냐는 것이다. 한쪽은 상처뿐인 영광조차 될 게 없다. 게임부문 대표가 이 문제로 인해 낙마하고 말았다. 다른 한쪽은 사생 결단의 귀로에서 몸부림을 쳐야 했다며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잡히는 게 하나도 없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싸움을 벌인 양사의 속셈과 드러난 현상들이 안개처럼 걷히지 않고 여전히 의문 부호로 찍힌 채 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CJ측이 전격적으로 공개한 협상 테이블이다. 작품을 론칭할 때는 퍼블리셔가 갑이지만, 그 작품이 뜨게 되면 사정은 슬그머니 바뀌게 된다. 이를테면 을의 위치로 내려앉게 된다는 뜻이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은 CJ의 캐시카우로 불릴만큼 효자 노릇을 해 왔다. CJ에 꼭 있어줘야 할 작품임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이 터져 나왔다. CJ측에서 게임하이와의 협상 테이블을 언론에 공개해 버린 것이다.

 

CJ측에서는 이 만큼의 파이를 제시하는 등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겠지만, 공을 받아 쥔 게임하이측 입장에서 보면 CJ측이 아주 배수진을 치고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 넣으려고 작정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겠다. 더군다나 금전적인 부문까지 언급함으로써 게임하이측에 강한 불쾌감을 안겨줬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CJ쪽에서 이 정도의 파장을 사전에 예상치 못하고 협상 테이블을 공개했을까 하는 또다른 의구심이 따라 붙었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남궁 훈 대표는 신사다. 한게임 창업 공신에다 개척정신이 투철하고 확실한 사람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줄곧 사업을 전개해 왔다. 따라서 협상 테이블의 매너는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그런 그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게 뻔한 협상테이블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당초 의도한 목적 외 또다른 카드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그가 또다시 전격 사퇴할 때 나돌기 시작했다.

 

또 한가지는 남궁 대표가 게임하이의 실질적 카운트 파트너가 누구인지를 몰랐겠는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게임하이의 모기업은 넥슨이다.

 

넥슨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 오너는 김정주 회장이다. 그가 개별 기업 경영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궁 대표가 이 점을 간과하면서 그동안의 협상을 이끌어 왔다면 넌센스다. 남궁 대표는 파장을 예상한 듯 협상 테이블이 논란의 중심에 이르자 주저 없이 사표를 던졌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또 있다. 이를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측에서 계속적으로 협상의 미련을 갖고 게임하이측과 대화를 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연찮은 점은 솔직히 이 대목이다. 그렇다면 남궁대표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목이 죄어 오자 자폭하는 심정으로 협상테이블을 내던진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의도가 여전히 감춰져 있는 것인가.

 

손자와 함께 병법서의 고전으로 불리는 ‘오자’의 저자 오기(BC?~381)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위나라의 지략가로 알려져 있다. 오기는 장수임에도 병사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으며 잠자리에서도 멍석을 깔지 않았다. 식량도 병사와 같이 자신이 챙겼다. 병사의 고름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입으로 빨아내기도 했다.

 

한 병사의 모친이 흘린 눈물의 비화는 유명하다. 어느날 한 병사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의 고름을 짜주는 오기를 보며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자 오기가 물었다. 왜 눈물을 흘리냐고. 그랬더니 그 병사의 모친은 자신의 남편도 장군으로부터 고름 씻김을 받았고 그 감동으로 전투에서 용맹을 보이다 끝내 전사하고 말았는데 지금 자신의 아들이 또다시 아버지의 길을 가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오기도 새 재상이 된 공숙에게 헛점을 보여 끝내는 자리를 잃고 위나라를 떠나고 만다. 그러나 일설에 의하면 오기는 공숙의 의도와 술수를 뻔히 알면서 그 음모를 운명처럼 받아들였다는 얘기도 있다. 병법의 원조이자 손꼽히는 지략가가 그 정도를 헤아리지 못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오기가 너무 특출났기 때문에 상대의 올가미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란 말도 있다. 특출난 사람일수록 주위를 게을리 한다는 것이다.

 

남궁 훈 대표의 경우 어떤 케이스인가.

 

또다시 미궁에 빠져드는 건 CJ의 후속인사다. 지난해 게임하이 인수전 때 넥슨 김회장과 앙금이 남아 있는 게임계 스타 방준혁 사장을 상임 고문에 영입한 것이다. 정말 같이 살자는 건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갈라서자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