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본란을 통해 재밌는 게임 하나 잘 만들어서 부와 명예를 일거에 거머쥔 게임계 인물들이 슬그머니 보따리를 쌈으로써 산업계 밖으로 흘러 나간 돈이 무려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알려지자 이쪽저쪽에서 많은 의견을 주셨다. 그  가운데 공감한다는 내용의 글도 많았지만 겨우 그 것 밖에 안되겠느냐며 산업계에서 흘러 나간 돈의  규모와 용처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 또한 적지 않았다.


이같은 반응은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시샘과 질투가 내재된 인간의 본질 탓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게임계에서 비로소 용이 된 인물들이 가볍게 손을 털고 나가거나 냉정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아나듯 보따리를 쌌다는 강한 배신감의 심정도 깔려 있는 듯하다.


어찌됐든 하루아침에 용이 된 인물 가운데 ‘먹튀’논란을 빚은 사람도 있고 뒤에서 말없이 나름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1조원이란 돈의 규모와 크기가 차이나는 듯 하다. 앞서 말한 후자의 경우 마치 정부의 기술개발사업의 계속 과제처럼 지속적으로 투자되는 금액으로 본 것이고, 말 그대로 ‘먹튀’논란에 휩싸인 인물의 돈은 산업계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진 돈으로 본 셈이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벤처기업 생리상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벤처기업 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열매라고 해서 그대로 모든 걸 챙겨 나가는 기업과 인물은 별로 없다.


자선 단체에서 이름이 닳아질 만큼 불려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해마다 꾸준히 자신의 수익을 사회 공익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회사법인 명의로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몫으로 돌아 온 돈을  순전히 개인 명의로 기부하는 것이다.  투자자이자 대 사업가인 워렌 버핏은 마치 그에 뒤질세라 공익 기관을 찾아 자신의 재산을 내놓고 있다. 수익이 생기면 그대로 챙기는 게 아니라 마치 십일조를 바치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을 구분해 사회에 돌리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산실로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 출신의 기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쥔 부의 결과에 대해 궁극적으로 자신의 노력도 그 것이지만 그 것은 다름 아닌 사회로 부터 왔다는 사고가 확실하다. 그래서 급하게 방을 빼 도망 하듯 보따리를 챙겨 나가지도 않고, 일정한 이익을 챙기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산업이 선순환 구조가 어긋나 어려움을 겪는 일은 그래서 거의 없다.


1조원에 달하는 게임계의 자금 유출은 결국 게임계가 새 신화를 만들고 유명 스타를 배출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고만고만한 인물들만 만들어 낸 것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결과론이지만 ‘먹튀’라 불리는 인물들이 산업계에 십일조를 바치는 심정으로 자신의 수익의 10%를 재 투자했다면 게임계가 지금처럼 나락으로 치닫는 모양새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막 말로 잘 나간다는 기업들이 연간 수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거나 자선단체에 내놓았다면 신데렐라 법이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법이 절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자업자득이구나란 생각이 번뜩 난 것이 바로 이때였다.또 세상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온라인계의 행태와 역사를 두려워 하지 않는 일부 오프라인계 졸부들의 근성을 마치 떠 받들어야 할 우성인자처럼 고스라니 물려 받는 게  게임계가 아니냐며 제도권 사람들이 수군댈 때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그 잘난 용들 때문이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들, 말 그대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 너무 과대평가 된 채 게임계에 회자되고 알려져 왔다는 생각이다.


 

역사의식은 커녕 돈의 향기에 취해 휘청거리는 그들에 대해 게임계가 우러러 바라봐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철저히 반면교사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인물들인데, 반대로 큰 인물인 것 처럼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의 이름을 찬양해 왔다. 이젠 그러지 말자. 냉정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고, 물질적인 것으로 그들의 공과를 논하지 말자. 오로지  산업적인, 사회적인, 그리고 문화· 역사적인 관점 위에서 이들을 논하고 평가받도록 하자. 상당수 게임계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결론은 눈을 감고 봐도 뻔 하지만 말이다.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경원대학교 문화콘텐츠기술연구소가 국내 최초의 게임 역사서 발간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내년 초 발간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 역사서에는 우리나라 게임  역사의 흐름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산업 인물들의 평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이 작업을 계기로 다양한 형태의 게임계 역사서가 발간돼  출판계 뿐 아니라 게임계에 새 바람과 경종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게임계의 인물사에 적어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보다는 역사의 인물로 남을 위인들이 더 많이 기록되고 회자되지 않겠는가 싶다. 이젠 진정한 게임계의 인물들, 그리고 속이 꽉 찬 진짜 스타다운 스타들을 만나보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