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 걸쳐 체질 변화의 바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자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례로 연기금 의결권에 대한 권리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재계 입장에서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같은 계획이 받아들여지면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그룹들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특히 재벌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경제에 거센 반향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로 인한 기업 경영 환경은 투명해지고 섣부른 판단이지만 지배 구조의 변화까지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자칫 잘못하다가 관치 경영이란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시행조차 해 보지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멈춘다면 이 또한 웃기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재계의 생태계 환경 변화를 불러올 제도 시행이 아니라,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만큼 경영 환경이 변하고 있고, 국민들과 소비자들은 그런 변화된 기업들의 모습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셧다운제 도입 결정으로 코를 빠뜨린 채 정신없이 마냥 헤매고 있는 게임계에, 나름의 교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은 게임계가 종전처럼 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시대적 변화 요구의 목소리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갑게 듣고 절감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몰입에 초점이 맞춰져 들이 닥쳤지만 앞으로는 그 어떤 형태로 게임계를 압박하며 목을 죄어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변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변하도록 이끌겠다는 게 일련의 사회 안팎의 분위기인 셈인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쉬운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게임계의 또다른 한계로 보여진다.
냉정한 시선으로 짚어보면 그동안 게임계가 땅짚고 헤엄치며 경영을 해 온 것이 아니냐는 산업계 주변의 지적은 뼈가 저리도록 아프게 다가 온다.


게임을 하다가 발생한 게이머들의 낙전은 아예 안 돌려 줄 심사로 규정을 복잡하게 해 놓은 기업, 패치를 한다면서 슬그머니 종전의 아바타를 없애거나 바꿔 버리는 기업, 조금만 더 세세히 신경쓰면 뻔히 알 수 있는 단골 미성년자들을 오로지 돈만 벌겠다는 일념아래 눈 감고 성인게임에 로그인을 허용해 주는 기업, 부모들이 속에 불이나 항의를 하려 해도 쉽게 접근 할수 없도록 홈페이지를  복잡하게 만들고 항의 전화도 못하도록 대표 전화를 홈페이지 하단에 콩알만한 글씨로 달랑 걸어놓고 있는 기업, 이들 기업의 모습이 다름 아닌 우리 게임계의 자화상을 집대성한 형상이라면 가볍고 섣부른 판단일까.


한편으론 상대에겐 터무니없이 인색하고 무심하다.


고급 인력이 남아 돌아도 경쟁사로 빠져 나갈까 봐 빗장을 걸어두고 있는 기업, 경쟁사는 어찌되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며 때가 됐다 싶으면 거대한 이벤트를 나홀로 갖는 기업,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산업계를 위해 협찬 좀 하라고 하면 슬그머니 고개를 조아리며 죽을 지경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뒤돌아 앉는 기업, 철부지 아이들을 유혹해 상상할 수 없는 돈을 쓸어 모으고도 결손가정의 아동을 위한 기부에는 제일 꼴찌인 기업, 안타깝게도 이런 기업들의 모습이 게임계의 음영이라면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이러한 것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다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손에 미치지 않았고 오프라인쪽에 신경을 쓰느라 조그마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고 마치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면 그 것은 심각한 중증에 가까운 증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예컨대 셧다운제의 도입은 게임계가 관성처럼 하던 습관을 버리지 못해 끝내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제지당한 첫 사례이자, 경종의 울림이 아니던가.


정부가 경영 간섭까지 하려든다고 깎아 내릴 일이 아니다. 세계 무역기구(WTO) 는 무역 환경 뿐 아니라 기업들의 착한 경영 여부까지도 따져 물어 규제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고 실제로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그동안 해 왔기 때문에 그냥 인정하라는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강한 기업들은 약한 기업을 위해,  밝지 않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밝은 쪽의 사업체로 변모해야 한다는, 이른바 도덕적 의무까지 각 기업체들에 지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계가 변해야 한다. 개발에만 몸부림치던 시대는 이제 갔다고 보면 맞다. 특히 세상 사람들이 모를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막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만 모르고 있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한 마케팅으로 인해 치명적인 부메랑의 매를 맞을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예전의 게임계가 아닌 것처럼, 게임계를 대하는 세상 사람들의 태도 또한 달라져 있고 그런 시선으로 게임계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게임계 변화 요구는 시대적 과제이자 대세의 목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마침 엇그제 게임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이 새로 선출됐다. 인물만 바꿀 게 아니라 협회 살림이 바뀌고 산업계의 움직임이 예전과 다르게 확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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