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게임 협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한 인사가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며 손사래를 치고 말았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니 못할 것 같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인지 아니면 협회가 모양새를 갖춰 자신을 추대하기를 기다렸는데도 끝내 답이 없자 소신을 굽히고 말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분을 강력 추천한 사람들의 체면은 말이 아닌 셈이 됐다. 또 인품도 뛰어나고 추진력도 갖추고 있어 차기 협회장으로서 제격이라고 평가 받아온 그 인사에게 괜한 마음의 편지풍파만 일으킨 꼴이 되고 말았다.


뒤늦게 알려진 바로는 메이저 게임사 중 하나인 N사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계속 토를 달며 그 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자신들이 하기 싫지만 남에게 자리를 넘겨 주는 것 또한 배가 아파 거부권(?)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게임계가 그 분에게 큰 실수를 한 꼴이 되고 말았는데, 이같은 결례의 사례가 게임계에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 정부시절, 신임 문화부 장관이 취임하자 마자 게임계를 위무하겠다며 오찬 준비를 비서에게 지시했다. 게임산업에 애착이 크다는 게 그의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정권차원에서 콘텐츠를 밀고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에따라 실무자들은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에게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주요 게임업체들의 대표들에게는 반드시 참석해 줬음 좋겠다는 정부측 입장을 전달했다.

 

대기업의 CEO 참석을 굳이 독려한 것은 그래야 장관이 게임계의 애로 사항 등 민원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신뢰감을 심어 줌으로써 정책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실무진들의 오랜 현장 경험과 판단에서다.

 

그렇지만 게임계로부터 돌아온 답은 상당수 CEO들이 참석키 어렵다는 것이었고  메이저 급 CEO는 협회장사를 포함해 2∼3개사에 불과했다. 그러자 오찬 시간은 회장사 상견례 정도로 축소됐고 장관이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바뀌어 버렸다. 그의 퇴임이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주류 게임인에서 반 게임계 인사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일부 게임업체들이 이처럼 게임과 게임계를 죽이고 있다고 자주 입에 올린다. 사소한 문제로 인해 화를 불러 들이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도록 하는 게 다름아닌 바로 이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부라고 하면 대수로운 게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기업 규모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이들의 행동 거지가 다름아닌 게임계의 보편적 규범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다는 데 있다.


게임계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면 1차적인 책임은 바로 이들이다. 날선 칼날이 휘 날리고 유혈이 낭자한 게임이면 어떤가. 그런 게임 개발만 염두에 두고 그런 게임만 출시하는 그런 게임업체가 나쁘지 않는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고스톱 포커류 게임도 그렇다.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보다는 슬그머니 사행성만을 부추긴 게임 업체에 더 잘못이 있는 게 아닌가. 솔직히 일본의 파찡코 업계를 예로 들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매출이 너무 과다하게 나온다 싶으면 자체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성공 확률을 대폭 낮춰 내방객들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게임업체들은 그게 아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패치를 통해 돈만 벌려 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전문경영인 체제를 끌어들인 게임계의 가장 큰 병폐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계는 이들의 드라이브 정책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계를 들여다 보면 산 꼭대기에 몇 그루의 큰 나무만 멀쭉하게 서 있는 꼴이다. 나머지 게임업체들은 목마른 갈증에 숨만 겨우 내쉬고 있고 이제 갓 피어난  개발사들은 자금난으로 거의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과 영토 넓히기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꼭대기 자리도 모자라 그 주변의 영토마저 싹쓸이 하겠다며 끊임없는 식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여론으로부터의  뭇매도 어찌보면 이런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게임계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모처에서 만난 업계의 한 CEO는 어렵사리 이런 말을 끄집어 냈다. “게임계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사업을 전개하는 집단이긴 하지만 균형적 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너무나 한쪽으로만 쏠려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작품 및 장르 개발엔 오로지 자본 논리의 잣대만 들이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몇편의 흥행작으로 재미를 봤으면 미개척의 장르  또는 교육용 게임 개발등에도 주력할 만한데  돈 되는 게임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렇잖아도 빨간색으로만 채색된 게임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느냐는 것이다. 온통 빨간색으로 밖에 더 보이겠느냐는 게 그의 되물음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게임에 대한 주홍글씨와 세상사람들의 게임계에 대한 대못 박기는 제도권의 신뢰 상실과 함께 세상사람들의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으려는 자기 성찰의 노력보다는 마치 그럴 수 도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자기중심적 해석의 경박함과 경쟁사들은 어찌 되든지 나 자신만 배부르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상업주의가 맞닥뜨려진 결과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것이 게임의 문제인가 게임계의 문제인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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