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이 조변석개식으로 변화무쌍하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국민들에게 다짐해 온 국책 사업들이 용두사미 꼴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면 대통령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곧 금이 갈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계획에 대한 정부의 백지화 결정도 어찌 보면 대선 공약을 통해 국민들과 약속한 계획을 MB 정부가 스스로 저 버린 것이나 같다. 그 때문에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권 정서, 특히 대구 경북의 경우 반 MB 정권으로 돌아설 만큼  민심이 흉흉하다고 한나라당은 울상이다.


행정부 이전 계획 재검토 방침과 재검토 계획 철회, 또 4대강 정비사업을 두고 벌어진 논란, 그리고 이번에 동남권 신공항 계획 백지화 결정까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하겠다는 것 보다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더욱이 국책사업의 경우 위정자가 눈 딱 감고 도장 한번 찍으면 논란도 불식시키고 인기도 끌어 모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하겠다고 해 놓고 슬그머니 못하겠다고 하는 건 정권 출범 초기 때나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결단하기가 쉽지 않다. MB 정부처럼 이미 반환점을 돌아선 데다  결승 지점으로 향하는 정권의 경우라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까지 각오해야 하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국책사업은 일반기업이 할 수 없는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정부 기간사업의 성격이 짙다. 대형 프로젝트이고 한번 잘못 투자하게 되면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그대로 소모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MB정부가 국민들로부터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동남권 신공항 계획 백지화 방침을 통해 다시금 표명한 것이다.


미래의 먹거리를 빨리 찾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숨 가쁘게 움직여 온 MB 정부가 오랜 장고 끝에 끄집어 낸 것은 지식산업을 통한 고부가 창출이었다. 자원은 빈곤한 반면 문맹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만큼 달아 오른 교육열을 기반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식산업을 펼쳐가면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식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과 절박성을 강조해 온 게 다름아닌 이 정부다.


디자인, 그리고 교육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영화, 음악, 방송, 게임이 미래의 먹거리 로드 맵으로 그려졌고 또 한축에는 컨벤션(전시)과 관광이 자리했다. 청와대에는 예전과의 기능이 다른 문화 비서관 자리가 신설됐고 각 아이템별로 나뉘어져 온 5개 진흥원이 콘텐츠 진흥원이란 한 단위의 이름으로 헤쳐 모이는 대대적인 통폐합이 단행됐다. 한류 바람이 띄워지고  고용창출의 최일선엔 지식산업의 보고로 이들이 전위부대 역할의 선봉에 섰다.


특히 게임 아이템은 사상 유례 없는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고 수출 다변화를 통해 얻어진 오지에서 한국 문화 외교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 지식산업의 코어인 게임을 지금 정부 한편에서 옥죄기 시작했다.


시어머니 보다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말 그대로 표현하면 경제부처가 아닌 사회 부처라는 곳, 즉 여성가족부를 지칭한 것인데, 이 곳에서 만지고 주무르는 규제책이 더 큰 올무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민 단체들은 아예 정치권과의 연대를 모색하며 게임을 압박하고 있고  몇몇 선량들은 별 생각 없이 자신의 헌정 활동의 치적으로 삼기 위해 입법 정신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시대 흐름에 영합하려는 것이고, 내밀한 부문까지 알 수 없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여가부의 움직임은 더 한심하다. 규제하기는 쉬어도 풀어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시대의 기류는 네거티브 방식의 갇힌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포지티브 방식의 열린 정책수립을 갈망하고 있다. 그 것이 선진국형 정부 정책이자 전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이미 폐물로 간주되는 셧다운제의 시행을 주장하더니 이젠 준조세 성격의 게임 수탈 기금안을 슬그머니 국회에 던져주며 입안하려 들고 있다.


내각의 톱니바퀴가 전혀 안 맞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익과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 인기와는 상관없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딛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내각의 한 축이란 곳에서는 오로지 한건주의에만 함몰돼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책들을  쏟아낼 태세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하나같이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쏟아지는 찬사만 의식한 나머지 위정자들이 먹거리는 찾지 않고,  혈세쓰는 데 도장 찍기에만 열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흑자 전환은  향후 1세기 동안 사실상 요원하다.


지식산업, 특히 게임에 대한 정부의 시책과 정책이 결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게 분명하고 대한민국이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솔직히 그 다음의 광경은 눈을 감고 봐도  뻔하다. 정부의 다음 수순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유럽의 국가들 처럼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내 놓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먹거리 마련을 위해 판을 확실히 돌려 놓을 것인가. 동남권 신공항 계획 백지화 결정은  MB 정권의 성격을 또 한번 확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하겠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들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데다 일부 부처의 딴죽 거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이 또한 속단키가 어렵다. 현안이 그 만큼  긴요하고 절박한데도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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