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2010년 여름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도입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며, 결국 얼마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도입에 합의했다. 게임 산업계와 법조계, 학계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규제가 현실화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통과가 된다면 16세 미만 유저들은 새벽 0시부터 6시까지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도입하기 위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회적 문제들이 전부 게임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꼭 게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국내 게임 유저들은 아케이드나 콘솔보다는 PC온라인 게임에 익숙하다. 잘 구축되어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영향도 있지만, 게임속에서 유저들 간의 만남과 교류, 경쟁 등 PC온라인 게임의 재미에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놀이 문화로 표현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게임 속으로 녹아들어가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기도 한다.


2000년 초 상영되었던 영화 ‘친구’는 당시 폭력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 내용과 평론을 살펴보면 단순히 폭력에 대한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 사이의 우정이라는 키워드도 찾아볼 수 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게임 중독과 같이 당시에는 폭력과 조폭 등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영화 ‘친구’ 때문이라는 기사와 의견들이 많았다.


시간의 흐름 속에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가 새롭게 등장한다. 2000년대의 대중문화가 바로 게임인데, 아쉬운 부분은 게임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다른 문화에 적용했던 규제의 틀에서 평가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낸다. 어떠한 규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셧다운제’에서 핵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는 그동안 ‘셧다운제’가 없어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이 새로운 게임 문화에 노출이 되는 상황에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올바른 이용을 할 수 있는 지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도 하나의 놀이이다. 놀이라는 것은 재미를 동반하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도를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바른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미래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하는 초·중학생들과 ‘셧다운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중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학생들은 심야 시간에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히려 편부모 또는 가족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아이들이 심야 시간에 게임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셧다운제’ 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의 경우 어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강제적인 규제를 동원해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자율규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율규제’는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것으로 규제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를 통해 문화로 만들어 가는데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이제 단순히 규제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실정임을 ‘셧다운제’를 추진하는 분들이 다시 한 번 생각을 했으면 한다. 미디어의 발달로 이제는 꼭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외국의 콘텐츠에 접근이 가능하고 이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명분만 앞세워 실효성과 2차적인 규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강제성을 가지는 규제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shlee@kg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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