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600만을 넘어서게 되고, 내년에는 1000만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의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MS 윈도우 마켓 플레이스 등 글로벌 오픈마켓과 이동통신사 중심의 로컬 오픈마켓까지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플랫폼과 오픈마켓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지금도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전달되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성공사례들은, IT개발자들에게 ‘아이디어와 개발력만 있으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해도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며 새로운 골드러시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2007년 6명이 모여 창업한 미국의 징가가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게임 서비스로 올해 매출액이 1조에 달할 것 같다든지, 핀란드의 작은 회사 로비오가 ‘앵그리버즈’라는 게임 하나로 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든지, 국내에서는 개인개발자가 몇 주간 뚝딱하고 만든 어플리케이션으로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든지 등의 성공사례들이 쏟아지며 이들의 꿈을 더욱 키워 주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 되는 성공사례에 담긴 그 정치, 경제학적인 함의와 그 성공 이유를 제대로 살펴보려 하지 않고, 또 수없이 많은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 등의 오픈마켓들이 일정의 비용만 내면 개발자등록을 할 수 있고,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며 기대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글로벌 오픈마켓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는 수억 명의 이용자들을 보유한 매력적인 시장인 동시에, 수십만 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매일매일 수천 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올리고 있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국내에 일은 벤처 붐을 연상시키듯 수만 명의 개발자들이 1인 또는 소수 인원의 독립개발사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하고 있거나, 그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한 IT전문가는 어플리케이션 1개를 개발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3만5000 달러에 달하지만, 개발자들의 평균 연매출은 682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그램 개발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신한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영업만으로는 성공의 필요충분 조건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드와 IP를 앞세워서 오픈마켓들을 공략하고 있는데, 준비되지 않은 채로 그 경쟁에 맞서 승리하기란 너무나 무모한 것이 아닐까?


다방면에서 역량이 뛰어난 국내 개인 및 소규모 개발사들이 현재 글로벌 오픈마켓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바 이지만, 성공한 0.001% 개발자들의 사례에만 도취돼, 별다른 준비 없이 절대 실패한 99.999%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만 어플리케이션 시장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무엇도 이룰 수 없지만,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도전만 하는 것이 장려 된다면, 벤처붐 이후에 과잉공급 되었던 IT개발자들의 하소연이 몇 년 뒤 다시 데자뷰 될 수도 있다. IT강국의 훌륭한 개발자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기회비용을 날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컴투스 ECO팀 홍승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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