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한마디로 놀라운 산업이자 문화 콘텐츠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글로벌 시장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연 평균 2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스타크래프트’의 등장과 ‘리니지’, ‘뮤 온라인’ 열풍으로 한국에서 시작 된 온라인게임산업과 그 문화의 폭발적인 보급은 말 그대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다양한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게임 플랫폼은 늘어나고 있지만, 온라인 게임의 대표적 특징인 ‘온라인 네트워크’가 가져가야 할 몫은 더욱 커질 것이다. PC 온라인 게임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끼리 공유되는 이른바 ‘멀티 온라인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PC기반의 다중접속역할 수행 게임(MMORPG)을 시작으로 쌓아온 한국 게임 기업들의 온라인 기술력과 노하우는 오히려 멀티 플랫폼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게임 퍼블리싱 산업 종사자 중 한 명으로서 글로벌 퍼블리셔들과 교류를 할 때마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중심에 있는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곤 한다. 한국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는 전세계 유수의 퍼블리셔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게임쇼가 됐으며, 한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지사와 법인을 설립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통상 10년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선도적인 위치는 비단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뿐 아니라 소비자, 즉 한국 온라인게이머들의 높은 관심과 트렌드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해외 퍼블리셔들에게는 한국의 게이머에게 인정받은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가능성이 높은 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한국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치 이상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게임 산업으로 봤을 때 한국은 절대적인 이용자나 규모가 다소 모자란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상징되는 국내 게임 시장을 경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콘텐츠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게임 산업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것이 영화 산업이다. 미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상업 투자로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는 ‘할리우드’라는 공룡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막상 ‘할리우드’인들이 동경하고 꿈꾸는 것은 영화 문화로 상징되는 ‘칸느’이다. ‘칸느’로 상징되는 영화 뿐 아니라 언어, 역사 등 문화 전반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갖는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절대적인 인구수 부족에 따른 내수시장 규모를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글로벌 시장 영향력과 기술, 소비자 인프라 등에서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 앞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산업이자 문화가 또 있는지 곰곰이 새겨 볼 만 하다. 이미 세계 온라인 게임 산업의 선두에 있는 우리가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식 산업을 동경할 필요는 없다. 족쇄를 채워 규제의 덫에 가둬야 할 이유는 더욱 없다.

 

우리의 게임문화는 세계 게이머들이 꿈꾸고 동경하는 ‘파이오니어(선구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한국 산 온라인게임이라는 브랜드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 한국이 만들어내면 그것은 문화가 된다.

 

[김태영 웹젠 글로벌 퍼블리싱실장 knuno@web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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