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항도 부산에서 지스타2010 행사가 열렸다. 성황리에 개최된 지스타 행사장에는 ‘마비노기영웅전’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 ‘디아블로3’ 등 수많은 대작들이 전시됐고 이들 대작을 체험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리고 필자는 이들 대작들의 잔치 속에서 한국게임산업의 미래를 밝혀주는 빛을 보았다. 대형 부스들 사이에 조그만하게 자리잡은 각 게임관련 대학들의 전시 부스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작품들 때문이었다.

분명 이들 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덜했고 규모부터 대작들이 전시된 부스와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대작들처럼 화려하지는 못해도 분명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를 밝혀줄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매년 3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인 GDC가 열린다. 이 GDC와 함께 치러지는 행사중에 인디펜던트게임페스티벌이 있다. 전세계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작품중 우수한 작품만을 선정해 전시하는 행사다. 그리고 이 전시회에는 몇년전부터 한국의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제작한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소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디게임을 학생들의 졸업작품 내지는 재미삼아 만드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적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아마추어들의 작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들이 열정과 창의력을 평가하고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에서도 2000년 초반부터 중앙정부 및 지자체를 중시으로 아마추어 작품 활성화를 위한 여러 공모전들이 활발하게 개최된 바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씩 명맥이 끊겨버렸다. 반면 최근 한국의 아마추어 개발자들은 당시보다 더욱 수준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의 질은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데 정작 이들 작품이 소개될 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들 작품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많은 상을 수상하고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도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게임산업 관련 예산을 들여다보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다. 이에 예산을 확대 증액하는 것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상용게임에 대한 제작 및 수출, 마케팅 지원이 대부분이다.

이는 분명 한국의 효자 콘텐츠산업인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영향으로 학생과 아마추어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공모전 등의 사업 및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지금 당장의 현실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와 관심은 더욱 중요하다. 예비 게임인인 학생들과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미래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프로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육성이 필수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게임산업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슈가 많다.

얼마전 인디게임 공모전에 참가한 한 학생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는 그렇게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죄악을 저지르는 듯한 분위기에 낙심하고 있었다.

게임산업의 미래는 뛰어난 후진 양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학생 및 아마추어 개발자들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삐딱할 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산업계에 몸담기를 꺼려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 이미 한두해전에 일은 아니지 않는가. 게임산업에 종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들이 좀 더 자신있게 자신의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승훈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shlee@kg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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