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전인 2005년 게임업계는 그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규모의 기업인수합병(M A) 소식에 깜짝 놀랐다.바로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그라비티가 일본의 겅호에 무려 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렸기 때문이다.물론 한국 게임업체가 외국기업에 팔린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 전에도 중국 샨다가 9170만달러에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전례도 있었다. 하지만 겅호의 그라비티 인수는 액토즈의 네배가 넘는 것으로 그야말로 초대박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겅호는 또다시 한국 기업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번에는 겅호가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 자회사인 그라비티가 나섰다. 그라비티는 바른손인터랙티브를 117억에 인수했다. 과거 겅호가 그라비티를 인수한 금액에 비교하면 40분의 1에 불과한 액수지만 100억이란 돈도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다.

이번 M A로 겅호는 두개의 한국기업을 거느리게 됐다.

그라비티가 바른손을 인수하기 불과 보름 전에 중국 샨다는 아이덴티티게임즈를 9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공교롭게도 5~6년 전 한국 게임업체를 나란히 인수했던 두 기업이 이번에도 앞을 다투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두가지를 생각해 봤다. 한국 기업을 인수한 외국 업체가 또다시 한국기업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게임업체들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도유망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거대한 외국업체에 팔려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국경을 뛰어넘어 거래가 이뤄지고 기업을 사고파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시대에 우리기업을 외국업체에 절대로 팔아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활발한 경제교류가 이뤄지고 외국 자본이 국내에 유입돼 우리의 경제를 탄탄히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다고 본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음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리 한국 땅에 남아있다 해도 이제는 외국기업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매우 소극적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정부의 지원과 산업 인프라 속에서 성장한 그들이 한국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외국 모기업으로 인해 이러한 기대는 단순한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액토즈와 그라비티의 경우 각각 중국과 일본 본사에서 파견한 임원들이 돈줄의 쥐고 있으며 한국의 기업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애로를 격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글로벌기업들을 보면 현지화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본사의 경영방침과 그 나라의 관행을 다른 나라에도 강요한다면 당장은 억지로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삐걱거리다가 주저앉고 말 것이다.

외국업체에 인수된 기업의 한국 경영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기업을 인수한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진들에게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려 한다면 한국 산업 인프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고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꼭 알려달라고 말이다. 외국에 인수되는 우리 업체가 늘어날수록 외국계와 토종업체와의 괴리가 심화된다면 결국은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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