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게임 심의 권한을 놓고 게임물등급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디지털케이블TV용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니프릭스(대표 박진한)라는 업체가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비롯됐다.

사후에 이를 발견한 게임위는 지니프릭스 측에 시정 조치를 내렸지만 이 회사는 게임위의 조치에 응하지 않았다. 지니프릭스측은 방통위로부터 방송심의를 받았기 때문에 굳이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게임위는 이 회사를 게임산업법 위반으로 관할서인 금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위는 지니프릭스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디지털케이블방송사에도 시정조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여기까지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게임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문제는 방통위가 지니프릭스 편을 들면서 생겼다.

방통위가 게임위측에 ‘방송심의를 받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 않느냐’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니프릭스에 대한 수사 의뢰를 철회해달고 요구했다.

방통위의 지원 사격을 받은 지니프릭스는 비록 “TV용 게임이지만 방송을 통해 서비스되고 이미 방통위로부터 방송심의를 받았기 때문에 게임위 심의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방통위도 모르지 않겠지만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그 플랫폼에 관계없이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TV로 서비스되는 방송 콘텐츠라도 게임인 이상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에 지니프릭스나 방통위의 주장이 맞다면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이동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니까 통신용 콘텐츠로 간주해 이 역시 방통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오픈마켓용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이나 구글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내 게임 서비스를 폐쇠할 수 밖에 없었던것도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내법 때문였다.

구글이나 애플같은 해외 기업에게는 등급심의를 받으라고 하면서 지니프릭스라는 국내 기업에게는 법을 지키지않아도 되는 것처럼 부추기는 방통위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현재 지니프릭스가 서비스하는 게임에는 맞고를 비롯한 고포류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게임은 ‘사행성’ 우려 때문에 성인용 게임 등급을 받아 청소년 등의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고포류가 이용등급 등의 정보 표시도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업계의 블루 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는 TV용 게임이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면서 ‘사행성’ 논란을 빚게 된 셈이다.

일견 방통위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마도 방통위 고유의 업무 영역을 건드리는 ‘영역침해’로 받아 들일 수도 있다. 중복 규제라는 정치 이슈도 일정 부분 수긍이 간다.

그렇다고 해도 TV용 게임은 게임인 이상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에 이것을 예외로 한다면 아마도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등 오픈 마켓용 게임도 예외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잇따를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예외로 인정하면 게임위의 등급 시스템 자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니프릭스는 등급심의를 받는 것이 옳고 방통위는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수용한다는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방통위가 케이블TV방송사에게 지니프릭스 게임을 서비스 하지말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맞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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