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의 열기도 끝났다. 19일이면 초복(初伏), 29일은 중복이니 땡볕 더위와 높은 습도는 당분간 우리의 심신을 더욱 괴롭힐 것이다.

 

더위도 식힐 겸 삼복(三伏)더위와 개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 서울의 한 소문난 보신탕집 주인의 조크. 전에는 삼복더위 전후에 보신탕을 특히 즐겼는데, 언제부턴가 둘을 더해 오복(五伏)이 되었다고 한다.

 

삼복은 익히 알 터이고, 말복이 끝난 뒤 8.15 ‘광복’이 있으며 9월에는 9.28 ‘수복’이 마지막으로 있다고 고객들을 공략해 재미를 좀 봤다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유머감각과 재치가 있으니 보신탕집 운영도 잘하는 것이겠지.

 

동서양은 다른 점도 많지만 때로는 인간의 생각과 지혜의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한다. 우리의 복날 전후한 시기를 서양에서는 ‘개의 날들(Dog days)’이라고 부른다.  큰개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열기와 태양의 열기가 합쳐져서 복더위기 생긴다는 데에서 유래한 표현이라고 한다.

 

이런 땡볕더위 속에 들려오는 요즘 게임업계의 속사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심한 듯하다. 이런저런 시끄러운 말들이 들리다 보니 관심있는 국민이나 정책당국, 그리고 일부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나치게 깨끗하고 투명하고 완벽한 것보다는 좀 소리도 나고 다소의 흠결과 미진한 구석이 있는 편이 나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기에 애이브라함 링컨대통령도 “흠없는 사람은 덕도 없는 법”이라고 말한 것 아니겠는가.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는 아예 “너무 깨끗이 살려 하지 말고 조금씩 죄를 짓고 살아라. 하나님도 용서하실 일이 있도록”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사람 냄새가 잘 배어있는 이 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때문에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일탈된 행태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를 제대로 짚고 처방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올해 상반기의 전반적 부진을 털고 업계가 활력을 되찾는 데는 정책과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업계 자체의 노력과 단합이다. 특히 같은 업종의 동료의식으로 업계가 똘똘 뭉칠 수 있느냐 여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게 개성이 뚜렷하고 분파도 많은 영화인들이 스크린 쿼터를 지켜내기 위해 벌였던 그 끈질긴 투쟁을 게임인들은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과몰입 문제에 대한 업계의 대응, 게임문화재단 설립과정, 블리자드의 ‘스타크2’ 출시 관련한 논란 등을 살펴보면 게임업계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단체전’에 너무 취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법개정과 관련한 국회 로비는 아예 남의 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킬러콘텐츠를 만들어내며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계에서 기린아나 신데렐라로 불리는 스타들, 말하자면 ‘개인전’에 그리 강한 인재들이 즐비한데도 말이다.

 

영국의 어니스트 섀클턴경은 1914년 27명을 이끌고 남극대륙 횡단에 나섰다가 빙산에 배가 좌초되고 남극에 버려졌다. 놀랍게도 그들은 2년 가까운 악전고투 끝에 극한상황을 이겨내고 모두 살아 돌아와 영웅들이 됐다.

 

이 얘기를 다른 책 ‘위대한 항해(Endurance)’를 보면 이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요소는 뛰어난 지도자의 솔선수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그리고 같이 살아 귀환하자는 일치된 목표의식이었다. 단체전의 팀웍과 희생정신이  모두를 살린 것이다.

 

게임업계엔 절박함이나 위기의식이 별로 없어보인다. 그러니 동료애와 단체의식도 별로이다. 업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차 더 크고 뚜렷해지고 있다. 그에 답하지 않으면 업계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사업터전을 잃을 수 있다. 업계 핵심인사들에게 그런 사회적 의식이 ‘둔감’ 상태라면 이야말로 위기의 뚜렷한 증거이다.

 

위기인지 아닌지는 업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일. 다만 위기라고 해도 길은 있다. 위기가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인 것처럼  어떤 위기도 그 속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신이 우리를 축복과 번영으로 인도하기 전에 반드시 고난의 풀무에서 단련시키는 것처럼. 완벽한 팀웍, 특히 자신은 빛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패싱능력으로 2010년 월드컵 챔피언에 오른 스페인을 보며, 게임업계가 올해 하반기 멋진 화음의 연주를 들려주길 기대한다.

 

 

김기만 전북대 초빙교수 kimkeym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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