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이재웅)이 아주 재미있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센터에서 열린 IAAPA 아시아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아케이드 게임 업체가 총 26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는 내용였다. 한국공동관으로 참가한 대승인터컴, 케이리버 어뮤즈먼트, 아이알로봇, 보고스 등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두바이 등 해외 유력 바이어들로부터 한국 아케이드 기기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장에서 총 26만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분석도 함께 곁들였다.

 

아케이드 내수 시장이 꽉 막혀있고 전체 산업계가 고사직전인 상황을 감안하면 IAAPA 아시아 전시회에서 4개 업체가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가 뉴스 거리가 될수 있다. 통상 전시회에서는 소위 말하는 수출 상담이 주를 이루고 실제 현장에서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전시회 4일동안 26만 달러 수출 계약을 실제로 체결했다면, 아마도 수출 상담 금액은 그 10배인 260만 달러를 넘을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이 보도자료에 대해서 ‘재미있다’라고 한 이유를 펼쳐 놓기 전에 한 건의 기사를 더 소개하고 싶다. 헤드라인은 ‘아케이드 수출상담회, 1450만달러 현장계약 체결’였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아케이드 게임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현장에서 14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는 내용이다. 지난 2006년 6월 15일 당시 한국게임산업개발원과 어뮤즈먼트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 주요 아케이드 게임바이어를 초청한 상담회를 개최했고 그 결과 이같은 수출 계약 실적을 달성했다. 이 상당회에는 국내 20여 아케이드 게임가 참가했고 상담 실적은 1억4천만 달러였다고 게임개발원은 발표했다.

 

요약하면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2006년 당시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4년의 격차를 두고 26만 달러와 1450만 달러의 수출 계약 체결을 발표한 것이다. 물론 IAAPA 전시회와 2006년의 수출상담회를 단순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수출 계약 금액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2006년 당시 아케이드 산업계가 14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는 그리 큰 뉴스거리가 아니었다. 아마 수출 계약 금액이 26만 달러라면 웃음거리였을 것이다. 아마도 진흥원은 발표 조차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건의 발표 내용을 비교해보면 아케이드 산업계는 격세지감 이상의 소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 소회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첫 반응은 ‘재미있어’하며 썩소(썩은 미소의 줄임말)을 짓지 않았을까 싶다. 그 다음에는 가슴 속에서 뭉클한 무엇이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혹시나 이 발표를 보고 술잔을 기울이는 산업계 원로들이 있다면 바다이야기 사태로 시작해 문화부에 대한 원망으로 자리를 마쳤을 것 같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과장의 멘트가 실려 있다.

 

“국산게임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IAAPA와 같은 아케이드에 특화된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오는 11월 18일에서 21일까지 열리는 ‘지스타2010’에서 18, 19일 양일간 글로벌 아케이드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국산 우수 아케이드 게임이 다양한 수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에서 아케이드 산업계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많지 않은 업체들이 참가했지만 아케이드 게임은 부산 시민을 열광시켰고 라센과 같은 차세대 업체를 발굴해 내는 성과도 거뒀다. 아마도 김 과장이 지스타를 언급한 것은 이같은  기억 때문였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해에는 지난해와 달리 ‘아케이드 수출 상담회’까지 개최한다니 한국 아케이드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의미있는 숫자로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그 때에는 이번 26만 달러 수출 실적 발표를 안주거리로 재미있게 소주나 한잔 하고 싶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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