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산업계의 구심단체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의 홍일래 회장이 사임했다. 홍 회장은 지난 2007년 5월 회장에 취임해 3년간 협회를 이끌어왔다. 올해 4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회장이 결정되지 않아 그대로 계속 회장직을 맡아왔다.

 

홍 회장은 어느 누구보다 아케이드 산업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耳順의 나이를 훨씬 지났지만 아케이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청년 못지 않은 열정과 활력을 보였다. 아케이드 산업의 규제를 풀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단초를 만들기 위해 문화부 문턱을 열심히 넘나 들었다.

 

조금 과장하면 자식뻘인 젊은 사무관을 만나 아케이드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을 필자가 본것만해도 몇 번이다.  그런 홍 회장이 지난 6월말로 회장직을 사퇴했다.

 

“저는 회장 취임 이후 우리 협회 및 아케이드게임 산업계의 발전을 위하여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격무로 인해 심신상으로 업무수행에 지친감이 있으며 또한 적기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줌으로써 조직의 새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현시점에서 사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홍 회장이 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사임의 글’에서 밝힌 사퇴 이유다.

 

홍 회장이 임기 중에, 그것도 후임 회장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임을 한 데는 일신상의 이유 그 이상의 배경과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줄이면 현재 아케이드 산업계가 처한 상황을 웅변해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때 게임 산업의 중추였던 아케이드 산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화려한 과거의 영예를 꿈꾸며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애를 써봤지만 문화부의 사행성 규제를 도저히 넘어 설수 없었다. 심적으로 좌절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심신의 피로감에 협회 운영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겹쳐 홍 회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중도 사퇴를 선택했을 것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홍 회장의 개인적 결정을 존종하고 그런 회장을 잡지 못한 협회 내부 사정을 이해하지만 아케이드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홍 회장의 사임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산업계 원로로서 역할이나, 문화부를 상대로 한 정책 창구로서 홍 회장만한 인물은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규제 완화를 통해 아케이드 산업의 회생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그러 들 것 같아 안타깝다.

 

협회는 홍 회장 사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후임 회장 물색에 나서고 있지만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아케이드 산업을 살리는데 총대를 매겠다는 산업계 인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회장 유고에 따라 법인 청산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홍 회장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떠나지만 저의 사직을 업계 발전을 위한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 주실 것을 구성원 모두에게 간절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협회 구성원은 물론 아케이드 산업계가 회장 유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홍 회장 이런 바람과 달리 협회와 산업계는 앞으로 더욱 어려운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홍 회장의 바람대로 산업계와 협회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열쇠는 문화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아케이드 산업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아케이드 산업은 없고, 당연히 이를 대변할 협회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홍 회장이 사임의 글에서 차마 쓰지 못했지만 진정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문화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가 아닐까 싶다.

 

 

[더게임스 이창희 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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