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지리한 장마와 초중고 대학의 여름방학이 이어지는 7~8월은 게임 산업계에게는 최대 성수기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게임 업체들은 몇 년동안 공을 들인 차기작들을 공개하거나 상용화를 시작한다. 이른바  ‘여름 시즌 대전’ 치른다.

 

특히 초여름이 시작되는 요즘은 개별 업체들이 여름 사냥에 나서는 시점이다. 차기작 공개, OBT와 상용화 일정 발표, 대규모 업데이트와 온 오픈라인 마케팅 등으로 야단법썩을 떨곤했다.

 

올해에도 주요 게임 업체들이 기존 작품들의 대형 업데이트와 다양한 신작들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예년의 뜨거운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대규모 업데이트와 신작 공개 계획을 밝힌 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 한빛소프트가 미소스 , 워크라이 등 2∼3개 신작을 와이디는 오디션2를 론칭한다.  CJ인터넷, 네오위즈, NHN, 넥슨도 1∼2개 정도의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예년과 비교할 때 작품 대부분의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여름시장이 대표적인 성수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다. 블리자드가  ‘스타크그래프2’ 출시를 위해 이슈 몰이를 할 뿐이다.

 

이 같은 원인은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이번 여름 시장에 피하고 싶은 변수가 많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선은 월드컵이다. 7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월드컵은 신작 론칭을 준비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전국민적인 관심이 월드컵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신작 마케팅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법도 하다. 일찌감치 7월 24일로 출시 날짜를 못박은 ‘스타크2’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흥행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작품과 맞붙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  ‘테라’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국산 MMO 빅3의 공개 시점이 겹치는 상황이라면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CEO의 배짱 없이는 신작 론칭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여기까지가 아마도 올해초 신작 론칭과 마케팅 계획을 세울 때 많은 업체들이 염두에 뒀던 계산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 여름 시즌 대전을 포기하는게 차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음직하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이 최소한 절반 이상이 어긋났다. 크게 보면 3가지 변수 중에서 2가지가 틀어졌다. 우선 아직까지 뚜껑이 열리지 않았지만 ‘스타크2’ 변수는 당초 예상한 것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테라’ ‘아키에이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빅3의 공개 시점이 가을 이후로 미뤄졌다는 점이다.  결국 7월 중순경 끝나는 월드컵만이 올 여름 시즌 흥행의 걸림돌인 셈이다. 반면 '스타크2‘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는 이번 여름 시즌은 개별 업체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여름 시즌은 특히 재기를 노리는 중견기업들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수 있다. 한빛소프트를 비롯해 엠게임, YD온라인,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드래곤플라이 등은 최근 몇 년동안 차기작들을 준비해왔고 곧바로 상용화에 돌입할 수 있는 작품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개별 업체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중견 기업들은 올해 안에 차기작 공개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 여름 시즌에 히든 카드를 꺼내던지, 아니면 조금 기다렸다가 겨울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과 변수를 고려하면 이번 여름 시즌이 훨씬 좋아 보인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 대장 노릇하는 토끼’가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다를바 없는 여름 시즌을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

 

아마도 김기영 한빛소프트 사장이 ‘미소스’와 ‘워크라이’와 같은 대작 2종을 7월 한달동안 연달아 공개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 여름시즌에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개발사 가운데 과감히 도전해 ‘미인을 얻는 용자(the brave)’의 탄생을 볼수 있을 것 같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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