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얼마전 게임담당 기자들한테 괴상한(?) 메일 하나를 보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어요. 메일의 골자는 오는 24일 중대 발표가 있으니, 신문 톱뉴스란을 비워달라는 것이었죠.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연일 굵직굵직한 뉴스와 이슈를 만들고 있는 블리자드이다보니 기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뭔 기사거리를 발표할까’하며 퀴즈게임이 그칠 줄 모르네요. 원래 기사 밸류라는게 매체별 성향이나 논조에 따라 다르지만, 블리자드가 자신있게 톱뉴스란을 비워달라는 것을 보면 뭔가 대단히 큰 기사거리를 발표할 것임엔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어떤 경천동지할 기사거리를 발표할지는 모르지만, 이번 메일은 그냥 애교로 봐 넘기기엔 그 정도가 지나쳤음을 분명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비약이긴 하지만, 언론사 편집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 행위입니다. 아무리 블리자드가 세계적인 게임업체이고 요즘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하지만, 국내 언론사를 상대로 지면을, 그것도 톱뉴스란을 내달라니, 참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일이네요.

 

출입 기자들과 홍보담당자들 사이에 사적인 얘기로 오갔다면, 뭐가 문제되겠습니까만, 이렇게 공식 e메일로 보낸 것은 엄연히 한국언론을 철저히 무시하는 오만의 극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이 나와서 얘기지만, 블리자드의 홍보 스타일에 대해 국내 기자들의 원성이 워낙 자자해요. 무엇보다 팩트 확인이 거의 안되는 곳이 블리자드죠. 블리자드 기사의 대부분의 소스는 블리자드가 공식 발표하기 전엔 확인이 어렵죠.

 

뭐가 그리 숨길게 많은 지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가는지, 동접은 얼마인지, 회원은 몇명인지 등등. 대부분이 ‘기업비밀’입니다. 블리자드 관련기사중 데이터와 관련된 부분은 주로 추측성이거나 해외언론 자료를 인용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미국식 사고라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확실히 다짐하건데, 블리자드 입장에서 아무리 경천동지할 뉴스거리라해서 모든 언론이 다 톱뉴스란을 빌려주지는 않아요.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죠. 관점에 따라 톱뉴스란 머릿기사가 될 수가 있고, 단신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고, 아예 무시할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언론사의 편집권이며, 어떠한 이유든 그 편집권은 보장돼야하며 훼손돼선 곤란해요.

 

블리자드측이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다소 불안한 마음에 게임기자들의 호기심을 극도로 유발시키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준비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블리자드의 일방통행식 홍보 마인드, 거 참 씁쓸하네요.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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