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무려 26조원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발표해 재계는 물론 전세계 IT업계를 깜짝 놀라게했습니다. 시설투자에 16조원, R&D에 무려 8조원을 쏟아붓는다니, 그 규모와 결단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뭐 사실 삼성전자가 올해 보수적으로도 10조원 이상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위기 공포로 전세계가 ‘긴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 삼성의 공격적 투자 방침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불황때 투자하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 짭짤한 재미를 본 케이스입니다. 다분히 위험한 발상 같지만, 경쟁기업들이 불황이라고 주춤하는 사이에 대대적인 시설 및 R&D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호황 때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여 인풋 대비 아웃풋을 극대화하자는 전략이죠.

 

삼성이 움직이자 LG를 비롯한 경쟁 대기업들도 투자 목표를 상향조정하는 등 야단법석입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 기업들은 삼성 특유의 과감한 배팅에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삼성을 따라 가자니 자금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안따라 가자니 ‘후환’이 두려운 것이죠.

 

삼성의 이러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이번에도 적중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만, 차제에 게임계서도 삼성식 투자론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게임업체들은 불황일 때는 커녕, 호황일 때도 별로 투자를 안하는 것으로 정평 나 있어요. 조금만 경기가 침체국면을 보여도 ‘초긴축’ 정책으로 일관하기 일쑤입니다. 자산운용사도 아닌데, 자본을 계속 축적만할 뿐 미래에 대한 투자엔 도무지 인색합니다.

 

신작 개발이 생산능력(케파)을 늘리는 시설투자라면,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조적 도전은 R&D 투자에 해당합니다. 소위 잘나가는 게임업체들 대부분이 M&A 등을 통해 케파를 늘리는데는 혈안이지만,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는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초 과학이 발전해야 진정한 과학기술입국이 되듯, 이젠 게임업체들도 응용기술이 아닌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할 때가 됐어요.

 

삼성이 불황 때 투자하는 역발상적 전략으로 ‘전자대국’ 일본을 넘어 ‘극일’(克日)에 성공한 것처럼, 이젠 국내 메이저급 게임업체들도 5년, 10년후를 대비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이 방어란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블리자드를 제외한 수 많은 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요즘 답보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럴때 과감한 삼성식 투자로 세계 게임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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