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코리아(지사장 한정원)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크2)’ 등급을 다시 신청했다. 물론 이번에도 ‘희망신청 등급’은 12세 이용가이다.

 

블리자드는 이번에 새로운 수정본의 등급을 신청하면서 “지난 7일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내려진 버전과 달리 선혈과 신체 훼손 표현, 흡연 장면, 욕설 등을 모두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게임위에서 지적한 부분을 모두 수정해 다시 심의신청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게임위에서 하라는 것은 다 했으니 이제는 12세 등급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인 것 같다.

 

블리자드는 최근 스타크2의 정식 발매일을 7월 27일로 확정 발표했다. 정식 발매 두달여전에 등급이 결정되는 셈이다. 블리자드 입장에서 보면 사정이 딱하다. 몇 년 공을 들인 작품 판매에 앞서 적극적인 마케팅과 홍보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 그 베이스가 되는 등급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억울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게임위가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공정하게 등급을 결정하겠지만 그동안의 정황과 여론 등을 고려하면 블리자드가 원하는 12세 등급은 이번에도 힘들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우선 그동안의 정황을 살펴보자. 블리자드는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 스타크2의 등급 심의를 신청했다.

 

이번 수정 버전에 대한 등급 심의 신청을 포함해 한결같이 12세이용가 등급을 원했다. 물론 블리자드가 5차례에 걸쳐 내용을 수정하면서 등급을 신청한 것은 ‘게임위, 더 나아가 한국의 심의시스템에 대해 존중한다’는 태도로 이해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 반대다. 지난해 8월과 9월 두차례에 걸친 클베 버전에 대한 심의, 올들어 4월 RC 버전에 대한 2차례의 심의 신청에 있어 블리자드는 결코 게임위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볼수 없다.

 

게임위가 보기에 12세 등급을 받을 수 없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4번째 심의 신청때까지 아주 사소한 것만을, 그것도 조금씩 고쳤다. 똑같은 버전을 그대로 제출하면 재심의가 되지 않으니까 ‘성의 표시’로 조금 고쳤으니 알아서 하라는 태도로 읽혔다.

 

그러면서 블리자드는 항상 ‘전세계 유저에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자사의 방침’ 이라는 정신과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Pride)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물론 게임위는 블리자드의 이런 태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블리자드가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위상과 스타크의 이전 명성을 무기로 한국 유저들을 볼모 삼아 게임위를 몰아 부친다”는 것이 여론의 판단이었다.

 

등급 심의 내용만 들여다 보아도 스타크2의 5번째 등급은 12세이용가로 결론날 가능성은 낮다. 블리자드의 기대와 달리 수정된 내용 때문에 청소년불가보다는 등급이 낮아 질수 있을지는 몰라도 12세이용가 등급의 필요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필자의 영상물등급위원회 경험으로 볼때 게임위의 등급 결정은 두부 자르듯이 똑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해서가 아니다. 같은 잣대를 들고 있어도 어느 곳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 질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표현하면 등급 결정은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위는 여론을 들을 수 밖에 없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여준 블리자드의 태도는 작품에 대한 자긍심 보다는 오만으로 읽혀졌다. 그래서 아마도 이달말 게임위가 5번째 스타크2 심의 신청에 대해 15세이용가 등급을 내리면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최선일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또 다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던지 아니면 ‘추가 자료 요청’을 이유로 등급 판정이 한참 뒤로 미뤄질 수 있다. 게임위는 맘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설령 게임위가 이렇게 해도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은 블리자드의 억울한 사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블리자드의 오만에 대한 한국 언론의 편견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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