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결국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무릎을 꿇었다. 블리자드는 게임위에 선혈표현 및 신체훼손을 수정한 버전을 제출했다. 희망등급은 12세이용가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등급심의 과정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3차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두 차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과 이의신청에서 모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주된 이유는 과도한 선혈표현과 신체훼손 등이 핵심이었다.

 

게임위의 계속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에도 불구, 블리자드는 핵심요소인 선혈표현 및 신체훼손은 그대로 둔 채 일부 내용만을 수정하며 12세이용가 등급을 고집했다.

 

블리자드가 12세이용가를 고집하며 "전세계 모든 고객이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번에 선혈표현 및 신체훼손을 수정한 버전을 내놓은 것은 명분 보다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발매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이상 등급 문제로 서비스에 차질을 빚어선 안된다는 위기감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며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선혈표현 및 신체훼손을 수정할 수 있었음에도, 다른 장면만을 수정하며 계속해서 등급을 신청해 게임위의 판정 기준을 가늠해 본 것 아니냐는 것.

 

특히 지난 7일 청소년이용불가 판정 이후 5일 만에 수정된 버전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하다.

 

즉 이미 수정된 버전이 있었음에도 이를 바로 공개하기 보다는 다른 버전으로 게임위의 판정 기준을 살펴보고, 원하는 등급이 나오길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위가 블리자드가 원하는 방향으로 등급을 결정하지 않자,발매일의 압박과 여론 동향을 살펴 부랴부랴 수정된 버전을 공개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블리자드만이 알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블리자드가 등급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지나친 자신감과 국내 등급심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심의 결과는 5월 27일 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정된 내용을 살펴볼 때 12세이용가 보다는 15세이용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청소년이용불가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확대 측면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보다는 15세이용가가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확인을 거쳐야하는 배틀넷도 15세라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등급심의 과정을 살펴보며 블리자드에 대해 드는 의문은 단 한가지다. 과연 수정된 버전이 언제 만들어졌고, 준비가 돼있었다면 왜 이를 먼저 공개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국내 등급심의를 무시하고, 지나친 자만감을 가진 것으로 비춰진 블리자드를 바라보는 국내 게임계의 오해에 대한 답도 될 것이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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