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맞춰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못한 것 같다. 매출이나 영업 이익률과 같은 주요 지표의 숫자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한 박자 쉬어가는 듯한 분위기라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주식 시장에서 어닝 서프라이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임업체가 많지 않다.

 

올 1분기 가장 화려한 실적을 거둔 업체는 아마도 네오위즈게임즈(대표 이상엽)로 기록될 것 같다. 우선 외형이 최고 점수를 받을 만 하다. 906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236억원, 순이익 170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5%, 영업이익 44%, 순이익 80%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 906억은 네오위즈 입장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9분기 연속 최대 매출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운데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당 매출 900억원이라는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네오위즈가 연말경 4000억원 매출 돌파는 무난할 것 같다. 말 그대로 무서운 성장세다. 연도별 매출만 보면 2007년 800억원대(877억원)를 벌던 업체가 3년만에 5배로 커지는 셈이다.

 

네오위즈의 성공은 산업계 전체의 시각으로 볼 때에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일부 웹보드 게임이 매출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대부분을 ‘중박’의 퍼블리싱과 해외에서 벌어 들였기 때문이다.

 

우선 퍼블리싱 분야는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한 630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같은 대박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낸 쾌거다. 1분기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작품은 피파온라인으로 100억 원 정도를 벌었다. 그 다음이 스페셜포스 86억 원, 슬러거 70억 원, 아바 40억 순이다.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초대박은 없지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이 4개작 이상 포진해 있는 구조다. 소위 말하는 ‘중박’ 게임으로 매출의 극대화를 통해 이같은 실적을 거둔 것이다. 요약하면 네오위즈의 실적은 ‘중박들의 합창’이 이뤄낸 결과라서 더 의미가 있다.

 

해외 매출의 약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180만명을 넘어선 ‘크로스파이어’의 약진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152% 성장한 29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서며 국내외 균형 잡힌 성장을 함께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웹보드 게임도 전년동기 대비 52% 성장한 276억원을 기록했다.

 

모든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CJ인터넷과 네오위즈는 아주 흡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위즈는 해외 부문에서 CJ인터넷(51억원)의 5배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중박 게임의 퍼블리싱 효과를 극대화하고 해외 비즈니스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덕분에 CJ인터넷(615억원)에 비해 1.4배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이다. 지난 29일 콘퍼런스 콜에서 이상엽 네오위즈게임즈 대표가 “핵심역량에 집중한 결과 매 분기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네오위즈의 퍼블리싱 사업을 이끌고 있는 4개작의 장르를 보면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MORPG가 없다. FPS 3종과 스포츠 게임 2종을 중심으로 거둔 결과이다. 웹보드 게임 부문을 제외한다면 다른 여느 중견 퍼블리셔와 비슷한 포트 폴리오다.

 

이를 통해 매출 5000억원 돌파는 아마도 국내 빅3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 퍼블리싱 업체들이 꿈꾸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1분기 매출 900억원 돌파는 네오위즈가 그 꿈에 한 발짝 더 가까히 다가 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다. 네오위즈는 자랑할만하고 산업계 전체는 환영하고 축하해 줄 일이 생긴 셈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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