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이제 일반인들도 웬만하면 다 알만한 사람이죠. 한 사람은 ‘윈도’란 OS로, 또 한사람은 컴퓨터와 아이폰으로 세계 IT계의 거목이자 상상을 뛰어넘는 거부로 성장했죠. 두 사람은 55년생 동갑내기로 IT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한 동지이자 평생의 라이벌입니다.

 

솔직히 라이벌이긴 하지만, 그동안 수 십년간 게이츠가 독주를 계속하고 잡스는 게이츠  뒤를 쫓는 추격자였습니다. 컴퓨터 OS시장을 거의 석권한 윈도시리즈에 힘입어 게이츠는 천문학적인 주식 평가액을 내며 세계 최고 갑부자리를 유지해온 반면 잡스의 인생은 순탄치가 않았어요. 애플 창업자지만, 경영부진으로 쫓겨나듯 퇴사한후 ‘넥스트스텝’이란 벤처를 창업했다가, 다시 애플 경영자로 복귀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이었죠.

 

잡스의 자존심을 되살려 놓은 것은 2007년 1월 맥월드에서 애플이 아이팟(MP3P)에 이어 내놓은 ‘아이폰’이란 조그마한 모바일 단말기였어요. 터치 스크린 기반에 MP3, 이동전화, 카메라, 무선인터넷 등을 통합한 이 단말기 하나가 애플은 물론 잡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바꿔버렸어요. 그야말로 초 대박이 난 겁니다.

 

이후 승승장구한 잡스는 지난 22일 드디어 게이츠를 추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날 애플 주식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MS를 추월한 겁니다. 뭐, 재산면에선 여전히 게이츠가 잡스를 압도하는 건 사실이지만, 30년 잡스의 숙원이 풀린거죠. SW에서 X박스를 시작으로 하드웨어로 영역을 넓힌 게이츠가 MP3P ‘준(Zune)’으로 별 재미를 못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난 셈이죠.

 

두 사람의 30년 라이벌사를 역추적해 보면 결국 잡스가 있었기에 게이츠가 있었고, 게이츠가 있었기에 지금의 잡스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종의 라이벌 효과인 셈이죠. 선의의 경쟁이 발전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국내 게임계에도 잡스·게이츠 관계만큼은 아니더라도 유달리 라이벌들이 많습니다. 김택진사장(엔씨)과 김정주(넥슨)회장이 아마 대표적일 겁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게임업계 양대산맥으로 물밑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요. 두 사람도 게이츠와 잡스처럼 선의의 경쟁을 계속, 세계 게임계 역사를 바꿀 작품하나 만들 수 없을까요.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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