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鼓를 거듭해 온 문화부의 ‘게임중독 종합 대책안’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본 바에 따르면 내주 중 공식 발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이사회를 통해 산업계의 衆智를 모아 마련한 ‘게임과몰입 대책’을 문화부에 전달했다. 지난해 문화부가 결성한 과몰입대책 TF도 나름 결론을 내린 분위기다.

 

여기에 문화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정책 방향이 합쳐져 ‘종합 대책안’이 마련됐다. 장관의 재가와 청와대 보고를 거쳐 별 문제가 없으면 내주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방향을 결정할 문화부나 실무 작업을 담당하는 KOCCA 쪽을 두드려 봤지만 대책안의 내용이 흘러 나오지 않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철저히 입단속을 하기 때문이겠지만 문화부가 만든 대책안이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화부나 KOCCA가 일을 잘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게임중독을 놓고 바라보는 청와대와 문화부, 산업계의 시각이 너무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예컨대 문화부가 협회의 과몰입 대책을 바탕으로 산업계 중심의 안을 올렸다가 청와대에서 대폭 수정한 안을 내려 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산업계는 청와대발 게임중독 폭탄을 맞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문화부가 균형감 있는 대책안을 마련해 청와대 보고를 일사천리에 끝내고 다음주 종합 대책을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게임중독 대책은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판도라의 상자’와 다를바 없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과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 보면 과몰입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는 것이 산업계 입장에서는 최선이다.

 

말을 바꿔 일단 이 상자가 열리면 결코 달갑지 않은 규제들이 튀어 나오게 된다. 아마도 셧다운제, 본인인증 강화, 결제한도 제한, 피로도 시스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부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 전면 금지’ 나 ‘사행성게임 관리 사특위로 이관’ 등과 같은 초강력 해법도 튀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그 파장이 작지 않은 것 들이다.

 

문화부 ‘종합대책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훈수를 두는 것이 쉽지 않지만  판도라 상자에 비유한다면 튀어 나와야 할 항목의 우선 순위가 중요하다. 혹시나 윗선에서의 정책 조율 과정이 있다면 빨리 포기할 것과 끝까지 덮어 둬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그 우선 순위를 정함에 있어 산업계의 논리만을 고집한다면 小貪大失하는 과오를 범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산업계의 충격은 크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 깔끔하게 받아 들이고 그 보다는 작지만 필요한 것을 얻어 내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아마도 산업계는 ‘강제적 셧다운제’나 ‘아이템 현금거래 전면 금지’는 끝까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대신에 피로도 시스템을 내어 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반대다. 차라리 모든 게임에 대한 일시적 차단이라는 대마를 내주고 나머지 규제를 피하는 것이 명분도 살고 산업계의 실익도 크다는 생각이다.

 

셧다운제를 피하려고 공연히 꼼수를 부리다가 피로도 시스템이나 아이템거래,결제 제한 등과 같은 게임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불러 온다면 심야 시간대 한시간 접속을 차단하는 것 보다 훨씬 큰 부담을 지게 될 같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판도라 상자의 신화에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이 빠져 나가고 맨 마지막에 남은 것이 希望이다. 게임중독의 상자가 활짝 열어 젖혀지더라도 산업계가 얻을 수 있는 판도라 상자의 희망은 있다.

 

외부에서 게임人을 문화人으로 바라 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이 모든 기회비용이 아깝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게임계 스스로 문화인의 시각에서 납득할만한 대책을 먼저 내놓고, 그 것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수순이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h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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