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소문도 무성했던 이성헌 의원(한나라당)의 ‘게임중독 예방법’안이 공개됐다. 이 의원은 지난주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인터넷게임 중독예방법 제정안 공청회’를 갖고 그동안 준비해온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전체 22개 조항에 불과한, 비교적 간단한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면 충격 그 자체이다.

 

산업계 입장에서 요약하면 그동안 어떤 시민단체들이 요구해 왔던 중독 해소 방안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처방전이 가득차 있다. 필자가 이해 한대로 법안을 요약한다면 게임중독은 마약중독과 같은 수준의 사회악이다. 따라서 멕시코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처럼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 중독을 야기하는 게임 퇴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안 제정 취지에 맞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게임중독에 따른 ‘규제 종합판’처럼 보인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정부, 일부 정치권에서 요구해왔던 강력한 대응 방안만을 골라 담았다. 조금 나열하면 본인확인제, 친권자의 결제 동의, 내용 고지 의무, 일일이용시간제한, 이용차단, 시험용게임 제공 금지 등과 같은 규제를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산업계 입장에서 꺼내기도 싫은 셧다운제는 한층 강력해 졌다. 그동안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는 소위 말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요구했다. 부연하면 개인이나 친권자가 요구할 경우 ‘선택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4월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과 지난 2008년 한선교의원( 한나라당) 이 대표발의한 ‘인터넷중독의 예방과 해소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이들 법안에는 청소년 본인, 친권자, 법정 대리인 등이 요구할 경우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두가지 법률안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중이다. 정부도 보건복지부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셧다운 제도 도입이 논의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선택적 셧다운 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강제적 차단제도가 포함 돼 있다. 이른바 ‘절대적 접속제한’ 이란 제도가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게임물제공자는 모든 청소년의 수면보호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에 모든 청소년의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도 모자라 이 의원은  ▲인터넷게임 제공업체는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일일 이용시간 제한, 이용차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인터넷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또는 법정 대리인이 이용시간 제한 등을 요청할 경우 지체없이 해당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2중 3중 차단막을 치고 있다.

 

중독 예방을 위한 제도 시행의 주체를 대통령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 의원의 법안에서 규정한 청소년 게임 접속 차단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중독예방종합대책 마련, 예방위원회 설치 및 운영, 기금 마련과 상담센터 운영 등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맡기고 있다. 게임산업의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철저히 배제돼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게임 접속 차단과 같은 긴급 명령을 내리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온갖 규제를 만들어 내도 주무 장관은 그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 구도이다.

 

물론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 투명하다. 아니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정되지 못할 것’이라는데 표를 던진다. 하지만 그동안 필자가 수차례 우려의 뜻을 표한 것처럼 ‘바다 이야기’ 사태의 정황이 오버 랩돼 걱정스럽다.

 

한번 더 이야기 한다면 ‘바다이야기’ 사태는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사태 해결의 주도권을 국무총리실에 뺏기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다. 사행성이 게임중독으로 주제가 바뀌었고, 국무총리실 대신 대통령과 여성 가족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의원의 법안추진은 게임중독 문제 해결에 있어 문화부가 주도권을 상실했을 때 벌어질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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