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일본법인이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롯데 마린스와 공식 후원사 계약을 맺었다. 일본 퍼시픽리그에 소속된 롯데 마린스는 1949년 창단한 명문 구단이다. 최근에는 국민타자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 김태균 선수가 합류해 4번 타자로 활약하게 된다는 곳이다.

 

넥슨 측은 후원금의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야구계에선 지바 롯데 구단의 위상 등을 감안하면 연간 1백억원을 넘어 설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을,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 구단에 후원한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하지만 넥슨의 인지도 확산일 것이다.

 

지난주말 일본 지바시에 위치한 ‘지바 마린’ 스테디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태균 선수가 직접 들고 나와 공개한 것처럼 롯데 마린스 선수들이 올 시즌 착용하는 유니폼 앞 가슴에 넥슨의 로고가 박히게 된다.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에서 2006년 보여줬던 ‘연속 홈런포’를 김태균 선수가 가동한다면 넥슨은 일본과 한국에서 브랜드 노출 효과를  톡톡히 볼수 있게 된다.

 

넥슨의 계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외 언론과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롯데 마린스 후원을 넥슨 상장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넥슨이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 최강자가 된 것을 자축하는 의미도 있다.

 

넥슨이 30여명에 달하는 한국 기자단을 지바롯데 협약식에 데리고 간 것이나 그 이후 현지의 스케줄을 보면 이런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넥슨은 지바마린 스타디움에서 협약식을 끝내고 최승우 일본법인 대표가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여기서 넥슨은 일본법인이 지난해 회원수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매출은 약 17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넥슨이 NHN재팬을 제치고 일본 온라인 게임 넘버 1 위치에 올라선 것은 분명 자랑할만 하다. 그리고 국내 온라인 게임 사상 최초의 외국 야구단 후원이라는 빅 이벤트로 잔치를 벌인 것은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일 수 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일본 시장에 대한 장미빛 전망과 넥슨의 성과를 추켜세우는 기사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남의 잔치상에 재뿌리는 실례를 범하지 않을까 해서 말을 아끼고 싶지만 필자가 들은 이야기와 너무 달라 걱정이다.

 

최근 국내 메이저 기업의 일본 현지법인 대표를 만난적이 있다. 그가 보는 일본 온라인 시장은 “일본 온라인 게임 인구는 1500만명을 최고점으로 몇년째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구한 일본시장 보고서에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08년 일본 온라인 시장 규모는 8억7400만 달러 정도로 전년 대비 3.1%정도  증가했다. 2009년은 그나마 7.3% 성장해 9억38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후 2010년은 5.7%, 2011년은 2.2% 등으로 갈수록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요약하면 일본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결코 블루 오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려면 최소 2000만명 이상의 유저층이 확보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1억2000만명 수준인 일본 인구 등을 감안하면 이 수준은 넘어서야 온라인 게임이 대중적 엔터테인먼트의 주류 측에 낄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규모면에서도 연간 2000억엔 시장은 넘어서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숫자들과 비교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인 시장에서 넥슨이 NHN재팬을 제치고 1등을 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최승우 대표는 지바 스테디엄 행사장에서 “일본에서 넥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일본 시장에 온라인게임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 롯데 마린스의 후원이 넥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산 온라인 게임을 알리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넥슨의 롯데 마린스 효과는 더욱 배가 될 것이다. 반대로 넥슨이 이를 시작으로 경쟁 업체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면 국내 업체들간의 이전투구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온라인 산업계는 일본 시장에서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넥슨의 마린스 후원은 한국온라인 게임이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방에서 주류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어야 한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