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인터넷이 ‘마블루션’이란 전략을 발표했다. CJ그룹의 산실과도 같은 중구 필동 인재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남궁훈 대표가 직접 개념을 설명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남궁 사장은 “남들이 안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 CJ의 온리원(Only One) 정신”이라며 마블루션은 “게임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초 취임한 남궁 대표는 그동안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게임 서비스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인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 발표한 ‘마블루션’ 전략은 이 같은 남궁 사장의 구상이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으로 생각된다. 마블루션이 넷마블의 ‘마블’과 진화(進化)의 영문 단어인 이볼루션(evolution)의 합성인 것을 보면 남궁 대표는 넷마블의 진화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된 ‘마블루션’의 핵심 개념은 게임 포털의 폐쇄성을 탈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열린 포털 플랫폼인 ‘마블스테이션’이나 개방형 게임 브라우저인 ‘마블 박스’ 등은 이같은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과 유저 측면에서 구현한 것이다.

 

“앞으로 보여 줄 것이 많다”는 CJ관계자의 말대로 ‘마블루션’은 앞으로 좀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겠지만 CJ인터넷의 구원투수로 비유되는 남궁 대표가 등판 이후 처음 처음 던진 공치고는 의외였다. 당연히 매출 확대 방안을 들고 기자들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요즘 CJ인터넷은 대표적인 ‘추천주’ 대우를 받고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CJ인터넷의 매출 전망을 밝게 보고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보고서를 쏟아 내고 있다.

 

구체적인 매출 전망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CJ인터넷이 올해 제시한 매출 목표 2600억원과 영업 이익 56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근거로 대부분의 분석 보고서는 웹보드 게임 부문의 성장, 퍼블리싱 확대, 해외 매출 증가 등을 들고 있다.

 

물론 그 근저에는 남궁 대표 이사 효과가 자리잡고 있다. NHN 한게임의 창립 멤버이면서 NHN USA대표를 역임한 남궁 대표가 웹보드 게임과 해외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둘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남궁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역시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 목표를 내놓고 있다. 특히 웹보드 게임의 대한 기대는 크다. 웹보드 게임 부문의 매출 상승이 CJ인터넷 전체 사업 확대를 위한  총알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남궁 대표는 웹보드 게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퍼블리싱과 해외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리스크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CJ인터넷은 웹보드 부문에서 전년 대비 최대 21% 성장한 750억원을 매출 목표로 내놓고 있다.

 

물론 남궁 대표가 넷마블의 진화전략을 꺼내 놓으면서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 게임의 강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웹보드 게임의 강화가 단기 전략이라면 ‘마블루션’은 좀 더 장기적인 전략으로 생각했을 터이다.

 

하지만 넷마블의 태생이 고포류 웹보드 게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넷마블의 진화’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당연할 지 모른다. 더욱이 남궁 대표 스스로 웹보드 게임 사업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니 다른 의미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웹 보드 게임 사업의 강화는 CJ그룹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온리 원’의 가치와  어느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최초 △최고 △차별성이라는 3가지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단기적으로 약발을 받을 수 있지만 길게 봐서 CJ인터넷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궁 대표가 넷마블의 진정한 진화를 생각한다면 당장은 힘들더라도 고포류 게임의 매출 비중을 오히려 줄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기업 경영에 참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게임이 ‘사행성’ 이슈 때문에 겪었던 수모와 지불해야 했던 기회 비용과 손실, 그리고 현재의 고민을 너무도 잘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고포류 웹게임은 게임 기업에는 팜므 파탈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NHN 한게임이 지금 가장 극심하게 겪고 있다.

 

 

[더게임스 이창희 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