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동갑내기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를 큰 점수차로 제치며 시상식 꼭대기에 당당히 우뚝 섰다.

 

그가 프리스케이팅을 끝마치고 눈물을 흘렸을 때, 가슴에서 복받쳐 오는 감동을 억누르지 못했던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가 딴 메달은 국내 피겨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동안 국내 피겨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피겨엔 관심 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 메달로 피겨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그로 인해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박찬호가 국내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도, 박세리가 LPGA에서 국내 최초로 우승했을 때도 국민적 관심은 뜨거웠다. 제2의 박찬호, 제2의 박세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의 경기를 보고 자란 이들이 해외에서 선전할 때는 으레 ‘박찬호 키드’ ‘박세리 키드’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여기서 한가지 물어보자. ‘바람의나라’가 등장한 1996년, 이를 접한 이들은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14년이라는 지난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기자를 하면서 만난 수 많은 젊은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면 답은 거의 비슷했다. ‘게임이 좋았다’라는 것이다.

 

또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나’라는 물음에는 국내 작품은 없었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자국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는 개발자가 드물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어쩌면 ‘송재경 키드’ ‘김학규 키드’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할 일일지 모른다. 자국의 작품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데, ‘송재경 키드’ ‘김학규 키드’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물론 스포츠와 게임은 다를 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 종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뜻을 이어나갈 후배가 없다는 것. 본인들의 업적을 단지 상업적인 성공으로 여긴다는 것은 갈수록 척박해지는 산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같은 콘텐츠 산업인 영화계에는 임권택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을 존경하는 후배 감독이 적지 않다는 것과 비교해도 지금의 게임산업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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