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뿌연 하늘이 오랜만에 맑게 갰다. 거리에 쏟아지는 햇빛이 따사하게 느껴진다. 옷깃을 파고 드는 찬 바람만 아니라면 어느 봄 날의 따스한 오후로 착각할만 하다. 한 겨울의 칼 바람을 맞고 있는 아케이드 산업계에 春風 같은 훈훈한 소식은 이렇게 다가왔다.

 

우선 아케이드 산업계의 숙원이었던 싱글 로케이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독자를 위해 조금 설명하면  우리나라에서 아케이드 게임기 영업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정 조건을 갖춘 게임장에서만 아케이드 게임기 영업을 할 수 있다.

 

‘싱글로케이션’은 게임장 이외의 장소에서 게임기를 설치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이다. 문제는 정부가 싱글로케이션의 게임기 설치 대수를 2대로 제한했다는 데 있다. 아케이드 산업계는 싱글로케이션의 댓수 제한을 없애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레스토랑, 백화점, 소핑몰 등 다양한 공간에 자유롭게 게임기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아케이드 게임기의 저변을 일시에 확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제 2의 아케이드 산업 붐을 가져온 ‘가족형 게임센터(Familly Entertainment Center)’와 같은 테마형 게임센터가 속속 들어서면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 문화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싱글로케이션의 설치 대수를 5대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주 내 ‘싱글로케이션 확대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이르면 3월 중 고시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물론 산업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설치 제한 댓수의 폐지나 전체 면적의 일정 비율까지 게임기의 설치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일단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일단 2대에서 5대로 확대한 이상 10대, 50대로 늘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문화부 관계자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게임법 개정 이전에 징검다리로 보면 된다. 먼저 5대로 늘려 놓고 이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연말께 개정법이 통과되면 시행령에 관련 조항을 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FEC로 가는 선행 조치라고 말해 효과가 좋으면 연말께 파격적인 안을 내놓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한가지 기쁜 소식은 그동안 업태 논란을 빚어 온 스크린 사격이 게임의 테두리에서 육성된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 직원과 함께 스크린 사격 ‘슛업’의 게임장을 방문하는 등 스크린 사격의 실태파악에 나서,  게임물에 해당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또한 스크린 사격장 운영 업체와 해당 지자체에 이를 주지시키는 공문을 보냈다. 게임위 역시 해당 업체 등에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협조 공문을 발송해 놓은 상태다.

 

표적으로 보면 스크린 사격이라는 신종 아이템이 게임의 테두리에 들어 온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크린 사격을 넓은 의미에서 ‘스크린 체감형 게임’으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펌프’류의 체감형 댄스 게임기 이후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한 아케이드 산업계 입장에서는 스크린 체감형 게임이라는 새 시장을 찾아 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스크린 낚시, 스크린 야구 등 스크린과 체감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게임기 시장이 열릴 수 있게 된다.

 

싱글 로케이션의 확대와 스크린 사격의 게임 업종 지정은 우연히 겹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모두 문화부 김재현 과장이 이끌고 있는 게임콘텐츠산업과의 작품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김 과장 체제가 가동되기 이전부터 이슈화된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 산업에 대한 문화부의 시각과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든 것에 사행성이란  규제 잣대만 들이대던 과거 문화부 때와는 다른 행보다. 아마도 이 것이 필자가 아케이드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가장 기쁜 소식이 아니었던가 싶다.

 

덧붙이면 앞서 언급한 두가지 사안에 대해 문화부와 게임위가 본지의 논조와 같은 정책을 내렸다는 점도 기쁘다. 정부가 언로를 읽고 여론을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본지가 정책 당국과 산업계을 이어 주는 소통의 통로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기분 좋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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