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을 진흥하는 주무부처로서 요즘 문화부는 고민이 많다. 게임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 바로 게임산업의 사회문화적 가치가 아직 확립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 정부가 진흥 정책을 펴기란 쉽지 않다. 문화적 가치가 보편적으로 인정된 산업의 경우 정부의 진흥정책은 기반공사가 탄탄한 대지에 어떤 모양의 집을 지을 것인가를 구상하면 된다. 문화적 가치가 확립되지 못한 산업의 경우 정부의 진흥정책은 모래위의 성처럼 언제 몰려올지 모를 파도에 의해 순식간에 운명이 좌우되는, 지속가능성 위기의 문제이다. 게임산업의 경우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우리 게임산업이 2008년 1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기록하고 또 2009년에는 약 15억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장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데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게임 과몰입, 사행성 등 역기능을 우려하는 언론보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고 게임산업에 대한 강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결국 게임산업의 문화적 가치가 아직은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확립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게임에 대한 사회문화적 가치의 확립이 미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게임산업 자체의 속성이라고도 이야기되는 사행성과 과몰입 문제이다.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건을 우리 사회는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게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내 가정과 내 아이를 위협하고 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 이렇게 흘러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 우리 게임산업은 매출, 수출, 고용 등 주요 지표에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문화콘텐츠산업의 대표주자를 넘어 명실상부한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어떤 일이든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게임산업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게임업계와 정부가 게임산업의 사회문화적 가치 확립을 위해 노력을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사회 전체의 고민이 된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좀 더 획기적이고 진정성이 있으면서 게임업계 전체의 집단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서 지속이 가능한, 그런 특별한 노력이다. 정부와 게임업계가 지금보다 더 개방적인 자세로 사회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게임산업과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적극 협력해야 한다.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가치를 격상시키는 것은 일부 업체들의 단기간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다수 게임업체들이 과몰입 예방사업 등 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활동이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임업계 전체의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업계의 집단적인 노력은 업계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조율하는 것을 필수적인 과정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정부와 업계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게임업계는 2009년 그린게임캠페인을 통해 게임 사행화와 과몰입 예방사업을 업계 전체의 사업으로 추진해 본 경험이 있다. 올해에는 우리 게임산업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게임산업의 사회문화적 가치 확립을 위한 노력들을 진지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게임업계의 이러한 노력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게임산업의 가치가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로 성장하여 게임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게임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에 선 지금, 게임업계가 집단적인 지혜를 발휘하여 게임산업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율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관 jykim432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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