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서 신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해 넥슨이 정말 높은 성장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행사장에 자리한 두분 대표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고 자신감이 얼굴에 흘러 넘쳤습니다. 지난 2008년 말부터 불어닥친 구조조정에 이은 대표 이사 교체, 분사 등 내부적인 굴곡이 많았던 넥슨이었기에 더욱 그랬나 봅니다.

 

그런 만큼 이날 자리에서는 역시 지난해 넥슨이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지가 큰 화제였지요. 항간에서는 7000억원, 7200억원 등 다른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에 더욱 관심거리였습니다. 더욱이 행사 초반에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 중 가장 높은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함으로써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궁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예측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입니다. 올해 1조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올해도 유지한다면 조만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는 답변이 고작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나 시기는 어느 것 하나 언급하지 않은 것이지요. ‘69%가 해외 매출이다’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한 기업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자리는 늘 기대감이 생깁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하는 말에는 남다른 무게가 있으니까요. 배를 움직이는 것은 항해사부터 일반 선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움직이지만 결국 배가 움직여가는 장소는 선장이 정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대표의 발언은 귀를 쫑긋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기업의 대표는 한 마디 할 때도 신중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이날 행사에서의 서민 대표 모습은 무엇인가를 말하기 보다는 말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참석한 듯 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에 신중을 더한 것이지요.

 

하지만 생각해봅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왜 자리를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과연 왜 그 자리를 만들었을까요. 단순히 아침식사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어 봅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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