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느끼겠지만 FPS 게임 아바(A.V.A)의 조용한 상승세가 무섭다. 필자가 굳이 ‘조용한 상승세’라는 어색한 표현까지 써가며 아바를 추켜 세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승택 사장이 아바의 개발사 레드덕을 설립한 것은 2006년 2월이다. 당시 신설 개발사로서는 다소 많은 100여명 가까운 직원으로 출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레드덕은 설립 1년6개월만인 2007년 7월 아바를 오픈했다. 같은해 네오위즈를 통해 중국 게임 메이저 텐센트와 아바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대상도 수상했다. 아바의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아바는 곧 수직낙하했다. 처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아바는 동접이나 매출면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산업계와 언론으로부터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게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너무 많은 것을 구현하다 보니 요구 사양이 올라가 ‘고사양 전용 게임’이란 낙인도 찍혔다.

 

당시 레드덕의 직원은 150명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아바 이외에 내부적으로 7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바의 성공을 전제로 벌여 놓은 사업이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닥친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대부분의 중소 개발사가 그렇듯이 오 사장도 몇가지의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아바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손 쉬운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아바 서비스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차기작에 승부를 거는 것이 가상 시나리오의 최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오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레드덕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 당시까지 벌였던 7개의 개발 프로젝트를 대부분 중단하고 아바 개발에 올인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008년 상반기 즈음의 상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바는 잊혀졌다. 그저 ‘잘 만들었지만 고 사양 때문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됐을 뿐이다. 2009년 여름 레드덕이 아바의 시즌 2격인 ‘프리즌 브레이크’을 내놓았을 때 산업계의 반응은 썰렁했다.

 

애널리스트나 산업계 빅마우스들은 속된 말로  ‘마지막 발악’ 정도로 해석했다. 100여명의 레드덕 직원들이 여기에 1년 가깝게 공을 들였다는  점을 몰랐기 때문이다.

 

유저 반응은 정직했다. 여름 방학의 성수기와 맞물리면서 아바는 다시 수직상승 하기 시작했다. 게임 성공의 바로미터인 동접이 2만 수준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2009년 3분기에 아바는 38억원(네오위즈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론칭 이후 2년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월 매출 10억 수준의 중박 게임으로 부활한 것이다.

 

올들어 아바는 또 하나의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중국에서 제 2의 ‘크로스 파이어’ 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중국 텐센트사를 통해 현지 상용화를 최근 시작했다. 이 역시 네오위즈를 통해 지난 2007년 계약 체결 이후 2년여 만이다.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관측통들의 전망은 매우 밝다.

 

텐센트가 동접 30만∼50만은 충분히  해 낼 것으로 호언장담했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이 수준이면 ‘크파’의 3분1에서 절반 수준의 매출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바는 론칭 이후 2년6개월만에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바뀌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년여 기간동안 아바 하나에만 매달려온 레드덕의 뚝심이 있어 가능했다. 물론 남들이 모두 미운 오리 새끼라고 손가락질하는 아바에서도 백조의 잠재력을 본 오 사장의 식견과 과감한 추진력이 바탕이다.

 

오사장과 아바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사장을 만난 장면이 오버랩 된다.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권 사장 역시 뚝심 하나로 5년동안 ‘크파’ 하나에만 올인해 중국에서 한국산 FPS의 신화를 일궈냈다.

 

“그 때 접었더라면 우리는 그냥 사라져 버렸을 지 모른다”는 권 사장의 말은 오 사장과 아바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크파’와 ‘아바’가 모두 네오위즈 · 텐센트 라인을 거쳐 중국에 서비스는 되는 FPS이고, 권사장과 오 사장 모두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한 작품에만 매달렸다는 점에 둘은 묘하게 빼 닮아 있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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