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내용인즉, 최근 공군에이스 팀의 성적이 저조하지만 이를 부각시키면 군 사기 저하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e스포츠를 관장하고 있는 협회 입장에서는 노파심에 그런 것이겠지만 마치 기사 보도 방향을 자신들이 정하려는 듯한 뉘앙스가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 소지가 있자 협회에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어쨌든 이 사건의 발단은 프로리그에서 공군의 저조한 성적 때문입니다. 현재 프로리그에서 최하위로 쳐져 있는 공군은 얼마전에는 팀 창단 후 최다연패 수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공군은 매년 꼴찌를 도맡아 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연초부터 공군의 연패가 부각되는 것은 얼마전부터 공군팀의 해체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프로리그가 시작되기전 불거진 해체설은 협회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만일 공군이 해체될 경우 협회는 잃을 게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협회는 공군을 통해 e스포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고 대한체육회 정식단체 가입도 노렸습니다. 하지만 해체가 되는 순간 모든게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협회는 보낸 메일에서도 드러났듯이 공군의 프로리그 이탈을 우려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런 우려가 이번 메일 사건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공군해체설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공군이 창단된 것은 임요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요환이 떠난 현재 공군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군이 만약 그런 이유 때문에 해체를 단행한다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동안 공군은 지속적으로 팀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만큼 해체를 할 경우 만천하에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군대에는 상무라는 국군체육부대가 있습니다. 상무의 취지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상무팀은 꼴찌팀을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적을 떠나서 향후 국가를 책임을 미래의 체육인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자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매경기 늘 최선을 다합니다. 공군도 단순히 성적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그림을 그릴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향후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입니다. 공군이 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부대로 계속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게임스 조만규기자 nowar80@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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