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MBC게임에서는 MSL결승전이 있었습니다. 국내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제동과 무서운 상승세의 이영호가 맞붙는 꿈의 대결이었습니다. 이날 두 선수의 경기는 향후 프로게이머 판도를 뒤엎을 만한 사건이기에 e스포츠팬 뿐 아니라 관계자들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동안 e스포츠 역사에서 이처럼 1위와 이를 뒤쫓는 선수들간의 대결은 늘 높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이런 경기는 주로 뒤쫓는 선수들이 1위를 꺾으며 새로운 슈퍼스타로 등극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임요환과 최연성의 대결에서 제자인 최연성이 승리를 거둬 슈퍼 스타의 반열에 올랐고, 본좌 마재윤과 신예 김택용의 경기에서 김택용은 마재윤을 물리치며 실력까지 갖춘 꽃미남 프로토스로 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날 이영호와 이제동의 대결은 이런 e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한 장면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관 방송사인 MBC게임은 이런 상황을 예상 못했는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 운영을 보였습니다.

 

개인리그 내내 MBC게임으로부터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고 심지어 4강전 조차도 남의 일처럼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이제동과 이영호가 맞붙는 꿈의 라인업이 완성되자 MBC게임은 부랴부랴 대회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결승전이 딱 1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우선 경기장부터 초라했습니다. 꿈의 대결에 최대 2000석 규모라니, 월드컵 결승전을 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기분이랄까요. 바로 전주에 벌어졌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스타리그’에는 이영호와 진영화가 올라갔습니다. 선수들 퀄리티를 논하기 뭐하지만 진영화의 결승 진출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많은 관계자들은 ‘스타리그’ 흥행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온게임넷은 5000석이 넘는 경기장을 섭외했고 이 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이날 경기에는 5000여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찾아왔습니다. 경기는 이영호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인기가수의 공연과 캐스터들의 해설로 경기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온게임넷의 세심한 준비가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MSL’도 높은 인기에 종료되긴 했지만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거 같아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게임스 조만규기자 nowar80@thega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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